인간은 자신이 견딜 수 없는 행복 앞에서조차 도망칠 수

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by 정강민

그녀는 여전히 로제를 사랑하고 있었다. 식당 문 앞에서, 특유의 고집스러운 태도를 지닌 로제를 보자마자, 그녀는 그 사실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익한 긴 잠에서 빠져나온 참이었다.

~~(중략)~~

"난 너무 불행했어." 로제가 말했다.

"나도 그랬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윽고 그녀는 로제에게 살짝 몸을 기대면서 울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 두 마디 말을 시몽이 용서해 주기를 바라면서.

-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폴과 시몽



소설의 거의 마지막에서 폴은 결국 바람둥이 로제에게로 되돌아간다. 이 장면을 두고 어떤 평론가는 그녀가 끝내 자신의 마음조차 알지 못했다고 말한다. 열네 살이나 어린 시몽과의 사랑은 애초에 현실성이 없었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그런 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읽는 내내 마음에 걸리는 대목은 따로 있다. 그녀가 로제 앞에서 “나도 불행했어”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시몽을 향한 사랑은 분명 열렬했다. 그와 함께 있을 때 그녀는 살아 있었고, 흔들렸으며, 이전과는 다른 자신을 경험했다. 그런데도 그 시간을 두고 '불행했다'라고 말한다면, 그 사랑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독자로서, 특히 남성 독자로서 쉽게 드는 반응은 이럴 것 같다. '이 여자는 도대체 뭐지?' 더 냉정하게는, '젊은 남자의 마음을 잠시 가지고 논 거야?'

결국 이 선택은 잔인하다. 시몽에게도, 독자에게도.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소설은 도덕적 판단을 거부한다. 사강은 말한다. "인간은 자신이 견딜 수 없는 행복 앞에서조차 도망칠 수 있다"라고. 그리고 그 도피는 언제나 가장 솔직한 고백의 형태를 띤다고. '나도 불행했어.' 이 한마디는 변명이 아니라, 그녀가 스스로에게 내린 가장 냉혹한 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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