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베푸는 것을 수직관계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무엇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수평적으로 나누는 일입니다."
-법정스님 <부처님 오신 날이 아니라 부처님 오시는 날> 2006년 5월 5일 부처님 오신 날
우리가 누군가를 도운 뒤에도 어딘가 마음이 개운치 않은 까닭은, 어쩌면 보이지 않는 자리 배치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위에 서 있고, 그는 아래에 서 있는 듯한 은밀한 구도가 이미 마음속에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눔은 따뜻한 손길이 아니라, 높낮이를 전제한 행위로 변질된다.
나눔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은혜가 아니라, 같은 땅을 딛고 선 두 사람이 서로의 체온을 건네는 일이어야 한다. 작은 친절 하나라도 상대가 설 자리를 남겨두어야 한다. 내 안에 스며드는 우월감이나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조용히 들여다볼 때, 비로소 베풂은 맑아진다. 그러할 때 마음과 마음 사이에 부드러운 숨결로 머문다.
받는 이 또한 언젠가 다른 방식으로, 다른 자리에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흘려보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수평으로 건네진 나눔은 거래가 되지 않고, 관계가 된다. 그리고 그 관계는 신뢰라는 이름으로 오래, 깊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