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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서 극복한 것만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다.

by 정강민

글렌은 30대에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 환자로 세상을 저주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이후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라디오, TV, 인터넷, 출판 분야에서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알코올 중독에서 빠져나와 각고의 노력 끝에 라디오 방송 진행자 자리를 얻은 그에게 어느 날 청취자 한 명이 전화를 걸어왔다. “글렌, 당신은 실수라고는 해본 적 없는 완벽한 사람이죠? 그러면 내 심정을 이해 못할 거예요.”

글렌은 순간 침묵했고, 스튜디오 안도 조용해졌다. 잠시 후 글렌은 천천히 말했다. 15분 동안 자신에 대해 잔혹할 정도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글렌은 방송에서 솔직히 말한 후 담담 프로듀서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하지만 다음날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자신의 처참한 과거를 진솔하게 보여준 것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진정한 것, 날 것, 솔직한 것에 굶주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난 척보다는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면 누군가는 반드시 받아준다는 것이다.

- 타이탄의 도구들, 266, 수정.


왜 우리는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가?

남들이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 싫기 때문이고, 누군가의 동정을 받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결국 약해 보이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원시시대부터 내려온 생존적 측면에서 보면 약하다는 것은 어느 순간 잡아먹힐 수 있다는 의미다.


왜 날 것, 솔직한 것, 비참한 모습에 굶주려 있는가?

자신과 같은 동류에 공감하고,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위안 받고, 자신과 같은 사람을 위로해주고 싶기 때문일 거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은 거다. 또 원시시대 본능적 측면으로 보면 자신이 상대방보다 덜 불행하다는 것을 느끼고 싶은 동물적 욕구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과거 상처와 슬픔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의미다. 극복하지 못했다면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과 비참한 과거를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최소한 상처가 아물어야 발설할 수 있다.

두 달 전 슬픔이 온 몸을 감쌌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가족에게도 지인에게도 할 수 없었다. 혼자 간직하며 옅어지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조금 아물었을 때, 가족에게도 지인에게도 말할 수 있었다.

어떤 여자 격투기 선수의 말이다.

‘우리는 마음속에서 극복한 것만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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