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잔디밭,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뛰어 논다. 엄마들은 조심하라며 한마디씩 거든다.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 노는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다.
원고 때문에 마음이 바쁘다. 아이들이 놀던 잔디밭에서 난 왔다갔다하며 걷는다. 누가 보면 저 아저씨는 왜 저리 왔다 갔다 할까? 이상하게 쳐다 볼 수도 있겠다.
‘이번 원고에서 매출액은 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유는 책이 빨리 노후화됩니다. 이미 21년이고, 제가 확인할 수 있는 매출액 자료는 2020년 과거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책으로 진짜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의 책도 힘이 들었지만, 이번 원고에 비할 바 못됩니다.’
‘정말 많이 배운 원고입니다.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반드시 도움이 될 겁니다. 18000원에 10% 할인하면 16200원의 가치는 할 책입니다.’
출판사와 협의할 내용을 혼잣말로 시뮬레이션하고, 또 독자들에게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본질적인 질문도 한다. 이런 저런 되도 않는 망상을 하며 녹색 잔디밭을 거닌다. 아직도 넘어야 할 2~3개의 산이 더 있다. 한 꼭지를 끝내고 새로운 기업을 시작할 때마다 압박감으로 신경이 몹시 날카롭게 변한다. 어쩔 때는 두렵기까지 하다.
‘이렇게까지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냥 조금 쉽게 해도 사람들은 모를 건데........’
‘이렇게 시간을 투자해서 해도 사람들은 모를 건데........’
'이렇게 하는 게 기본이야, 니가 그동안 편하게 한 거야 임마........'
책을 쓰면서 스스로 뭔가를 깨우치거나 배우지 않으면 별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하는 행위는 최소 1타 3피의 효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내가 더욱 깊어지는 데 일조를 해야 한다. 그래서 현자 같은 경영인이 일군 기업이 좋다. 이런 기업에 대해 조사할 때는 시간이 오래 걸려 힘들어도 참고 견디는 힘이 더 생긴다. 두 번째는 독자에게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인사이트를 얻어야 한다. 물론 이 부분은 언제나 내 예상을 빗나갔다. 그동안은........ 세 번째는 이 책 이후 다른 책을 쓸 때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 원고를 하면서 책쓰기가 편집이라는 것도 느꼈다. 이 책을 겪으면서 확실히 난 성장한다. 정말 뇌 회로가 꼬불꼬불해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정도다. 현자 같은 경영자들로 난 빙의되었고, 어떤 문장과 어떤 단락도 연결시킬 수 있는 힘이 생겼고, 어떤 주제도 끌어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분야의 책을 쓰더라도 3~400페이지에 모든 것을 다룰 수 없다. 어떤 한 부분을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한 꼭지에서 어떤 한 부분만을 말한다고 해도 그 전체를 아는 사람과 그 부분만 아는 사람은 다르다. 필체에서 느껴지는 힘이 다르다. 전체를 알아야 글을 쓸 때 강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 전체는 모르면서 한 부분만을 깊게 알아도 왠지 모르게 힘이 떨어졌다. 자신 없이 추정의 문체로 쓰고 있었다. 이때 내 자신을 속이려고 시도한다. 어떻게든 강하게 쓰려고 한다. 하지만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강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확실합니까?’에 과감하게 ‘예’라고 말할 수가 없다. 이번 원고에서 전체를 파악하고 쓴 부분이 70% 정도는 될까? 모르겠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으로 명예와 부를 얻어 남 부러울 게 없던 삶이었는데.......... 52살에 <참회록>에서 자신이 그동안 저지른 죄를 고백한다.
‘나는 수년 동안 공포와 혐오감과 마음의 고통으로 지샜다. 전쟁에서 사람을 죽였고 결투를 했으며, 카드 놀음으로 큰돈을 잃었다. 농민들을 착취하고 형벌에 처했으며 거짓말, 강탈, 강간, 음주, 살인....... 그게 내가 저지른 범죄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작가인 나를 존경하고 숭배했으며 도덕적인 인물로 치켜세웠다. 나는 10여년을 그렇게 방탕하게 살면서 집필을 계속했다. 참으로 허영과 욕망과 오만의 세월이었다.’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것은 본능이다. 이 과정에서 반성하며 스스로를 바로 잡느냐는 의지다. 이번 원고를 시작할 때의 상황과 참혹한 중간과정 그리고 현재가 계속 떠오른다. 톨스토이가 말한 죄까지는 아니지만 스스로와 주변에 대해 욕은 참 많이 했다. 다음 책은 전체를 파악한 부분이 100%가 되어야 한다.
넋두리와 별의별 생각과 함께 벌써 도서관 입구였다. 아주 천천히 걸었는데........ 살짝 고민하다가 입구를 지나쳤다. 계속 걷고 싶었다.
내 자리에는 모든 자료가 뒤엉켜있다. 머릿속도 엉클어져있다. 또 다시 뭔가 건져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이것도 안개 걷히듯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