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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강민 May 19. 2024

이 화창한 휴일에도 열심이다.

긍정의 시작점

경비 아저씨는 부지런히 분리수거물을 정리하고, 청년은 가방을 메고 달리고, 거대한 이삿짐 차 옆의 아저씨는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고........, 5월의 눈부신 파란 하늘과 초록의 나뭇잎, 시끄러울 정도로 지저귀고 있는 새들, 이 화창한 휴일 아침에도 모두가 열심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의 한계는 단 한 순간도 똑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못한다는 거다. 절정의 기쁨은 뒤에 올 허전을 예감하고, 죽을 것 같은 슬픔의 순간에도 우린 안다. 이 감정도 변할 거라는 것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순간은 사랑과 행복 등 환희의 순간이 아니라, 고통, 허무, 슬픔 등 환멸의 순간이다. 영원히 불행과 고난을 피하고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고 싶은 건 당연한 욕망이다. 하지만 환상이다. 우린 늙고 병들고 이별하고 죽는다. 그게 삶이니까. 슬픔은 이렇게나 분명한데 우린 피하려고 애쓴다. 도저히 피하지 못할 거면서. 분명한 건 슬프고 무상하고 고통스러운 혼란을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삶에 대한 긍정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봄의 화창함과 반대되는 상념이 거울에 비친 눈꼽낀 내 모습에서 보인다. 경비 아저씨도, 청년도, 이삿짐 아저씨도 저녁에 하루를 살아낸 보상으로 소주 한 잔 하는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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