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느려질 수 있느냐의 싸움입니다

by 정강민

책을 읽다 보면 다음 페이지로 빨리 가고 싶습니다.

지금 릴케를 아주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 이성은 다음 페이지로 빨리 가자고 아우성입니다. 이놈과 한참 싸우다가, 더 느려지기로 합니다. 필사합니다. 내 이성이 빨리 가자고 할 명분을 싹둑 잘라버립니다.


천천히 읽으면서도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 필사를 하면 확실히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아무리 천천히 읽더라도 우리 뇌는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나 문장을 빨리 넘어가기를 원합니다. 뇌의 입장에서는 답답하죠. 에너지를 덜 사용해야 되는데.........,

하지만 필사를 하게 되면 뇌는 더 이상 빨리 가려는 의지를 낼 수 없습니다. 그러니 모든 문장, 단어, 점 하나까지 건들어야 합니다. 이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책쓰기 수업에서 깊어지자고, 더 두터워지자고 강조합니다.

깊어지려는 싸움에서 이기려면 ‘누가 얼마나 더 느려질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이 글을 써서 카페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으로 1시간 동안 반 페이지 읽었네요. 참 한심하다는 자책은 언제나 제 옆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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