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아저씨는 부지런히 분리수거물을 정리합니다.
청년은 늦었는지 달립니다. 거대한 이삿짐 차 옆에서 한분이 담배를 물고 있습니다. 모두 불편하게 한쪽 손에 우산이 들려있습니다. 비가 옵니다. 창가에는 빗방울 자국이 점점 많아집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의 한계는 단 한 순간도 똑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못한다는 겁니다. 절정의 기쁨은 뒤에 올 허전을 예감합니다. 죽을 것 같은 슬픔의 순간에도 우린 압니다. 이 감정도 변한다는 것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순간은 사랑, 행복 등 환희의 순간이 아닙니다. 고통, 고난, 허무, 슬픔 등 환멸의 순간입니다. 불행과 고난을 피하고 기쁨과 행복을 원하는 건 당연한 욕망입니다. 하지만 환상입니다. 늙고, 병나고, 이별하고, 죽습니다. 그게 우리의 삶이니까요. 슬픔은 이렇게 자명합니다. 우린 피하려고 애씁니다. 도저히 피하지 못하면서.............,
슬프고 무상하고 고통스러운, 그런 혼란을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삶에 대한 긍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경비 아저씨도, 청년도, 이삿짐 아저씨도 저녁에 하루를 살아낸 보상으로 즐겁게 소주 한잔 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비 때문에 괜히 센티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