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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Aug 20. 2020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자랑질

- flex에 대하여

제가 부러워하는 부자는 시간 부자입니다. 신문이나 방송을 보다가 좋은 전시회가 있으면 여유 있게 가서 관람하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있으면 찾아가서 맛볼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며, 마음먹으면 어디든 언제나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제 기준에서는 부자입니다. 시간 부자입니다. 


하기 싫은 일을 거절할 수 있는 것도 부럽습니다. 자유롭잖아요. 생계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조금씩 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미래의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을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돈이든 명성이든 재능이든 기술이든 말이죠. 언젠가 글에도 적은 적이 있는데, 저와 여행을 함께 떠났던 백만장자 선생님에게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그분이 지닌 기술이었습니다. 요리하는 기술, 투자하는 기술, 사업하는 기술 등등. '알거지가 되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그 기술 말입니다.    


반면 다른 사람이 돈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재산이 몇 십억이건 몇 백억이건 몇 천억이건 그건 저랑 아무런 관련이 없지요. 제게 얼마씩 떼어줄 것도 아니고 말이죠. 어느 정도까지는 풍족한 게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짐작할 뿐입니다. 


그런데 가끔 제게 자신의 부를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굳이 묻지 않는데도 집이 여러 채라고 자랑하는 이도 있고 주식으로 꽤 큰 수익률을 올렸다는 이도 있습니다. 멋진 곳에 여행을 다녀왔던 소감을 오래도록 늘어놓는 사람도 있지요. 그럴 때마다 저는 부럽다기보다는 좀 귀찮다고 느껴집니다. '도둑질보다 나쁜 게 자랑질'이라던데, 계속 듣는 게 고역입니다.     


근데 중요한 건 '돈 자랑'하려면 반드시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진짜 자랑이 됩니다. 동창 모임에서 돈 자랑을 실컷 했으면 계산은 본인이 해야 사람들이 그 사람의 '부'를 체감합니다. 일종의 자랑 값이지요. 골든벨 한 번 흔들어줘야 하는 겁니다. 지갑을 열지 않고 하는 '돈 자랑'은 일종의 사기이지요. TV 방송국에서도 박수 쳐주고 감탄사를 들려주는 방청객에게 대가를 지불하잖아요. 지인들에게 무언가 자랑하고 싶다면 맛있는 음식과 값진 음료를 베풀면서 하는 게 이치에 맞는 것 같습니다. 그걸 우리는 보통 한턱낸다고 하지요.  


근데 그것보다 훨씬 더 권하고 싶은 자랑질이 있습니다. 박수받는 자랑질입니다. 바로 세상의 그늘진 곳을 돕는 겁니다. 누군가를 위해 지갑을 열고 돈을 꺼내는 일은 충분한 재력과 그 재력보다 더 충분한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예전에 저와 함께 책을 만들었던 한 연예인에게서 진짜 자랑질을 당했지요. 부산의 한 서점에서 팬 사인회를 하기 위해 그분과 함께 이동했는데, 행사장으로 이동하기 전에 갑자기 아이들 완구를 파는 다른 층으로 가더군요. 아이들 완구점 앞에 잠시 있으려니 한 6살쯤 된 금발의 꼬마 아이가 달려와 그 연예인의 품에 쏙 안기는 겁니다. 그 연예인이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이에 아이를 데려온 보육사 분이 들려주시더군요. 러시아 혼혈아인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버려졌다는 겁니다. 그 연예인이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부산에 자주 내려올 뿐만 아니라 일 때문에 내려와도 그 아이를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만나서 이렇게 논다고요. 아, 그때 정말 부러움에 몸을 떨었습니다. 이게 진짜 플렉스구나, 싶었지요. 저도 그때 그 연예인에게 설득(?)을 당해 십 수년째 아주 작은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정말 쥐꼬리네요. 더 많이 플렉스 하고 싶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이렇게 자랑질하세요. 

정말 부러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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