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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un 16. 2020

오늘, '그냥', 시작하세요 ^^

- 그게 요즘 시대, 최고의 능력

어려서부터 저는 너무 진지한 아이였습니다. 친구들이 농담처럼 한 말에도 마음을 썼습니다. 심약하고 겁 많은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다행히 겁 많고 심약한 부분은 세월의 강에 꽤 씻겨 나갔지만, 여전히 필요 이상으로 진지한 면은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진지하다는 것은 신중하다는 것입니다. 신중하다는 것은 생각이 많고 실행이 굼뜨다는 것을 뜻하지요. 큰 실수가 적은 대신 삶의 여러 풍요로움을 놓치게 되기도 하고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며 '난 절대 조르바처럼 살 수는 없을 거야.'하고 탄식했습니다. 제게 그 책을 소개해 준 분도 직감적으로 제게 인생을 조금은 더 풍성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조르바처럼 살지는 못해도 너무 진지하고 너무 망설이고 너무 인생을 계산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가 마음에 품은 구절이 있습니다. 제 책에서도 잠시 인용했지만, '빗속에서 춤추라'는 말입니다. 맑은 날만 기다려 춤추려 하면 인생을 충분히 누릴 수 없겠지요. 쉽지 않겠지만 빗속에서도 춤출 수 있는 인생을 살아보려고 저 말을 가슴에 품었습니다.  


'빗속에서 춤추라'는 격언과 함께 마음에 담고 있는 단어가 '그냥'입니다. 모든 세상사에 반드시 이유를 달려고 하는 저에게 '그냥'이라는 말은 뭔가 약간의 해방감을 줬거든요. 통쾌함이 있고 좀 쿨하잖아요^^ '그냥 해!!' 어떻게든 합리적 계산을 통해 실행 여부를 결정하려는 제 '이성'에게 제 '마음'이 건네는 말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냥' 해보니 재미있는 일들이 생겨났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 뭔가 쓰고 싶어 그냥 썼더니 지금도 꽤 사랑받는 수학 동화 3권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때부터 책 쓰는 일이 어렵지 않게 되었지요. 그때 그냥 썼던 게 지금도 퍽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제 멘토인 박 선생님과 여행을 다녀와서 그 경험을 그냥 썩이긴 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끄적 대었더니 책이 되어 있었습니다. 좋은 여행 추억의 마침표를 찍는 결과물이 되었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들어온 것도 '그냥'의 덕분이었습니다. 원래는 개인 사업을 할 생각이었거든요. 제 계획을 다 들은 대표님이 '응, 알겠는데, 그냥 와.' 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갔지요. 


너무 무언가를 겨눠서 하려고 하면 아예 시작하지 못합니다. 그냥 하는 거지요. 저는 '그냥'의 덕을 많이 본 사사람입니다. 그래서 재미있어 보이면 가급적 그냥 해보려 합니다. 그러다 아닌 것 같으면 그만 두면 되죠. 성인이 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유는 '그냥 하고 그냥 그만두는 것'입니다. 나중에 보니 그게 여러 스타트업의 기본적인 기획 방식 중에 하나더군요. 


제 경험상 그냥 시작했던 것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스스로 또 다른 액션을 취하게 됩니다. 어느 날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팟캐스트 하나를 내려받아 공부를 시작했지요. 어려우면 언제든 때려치우리라 마음먹고요. 그런데 조금씩 중국어 실력이 향상되니까 유튜브와 인터넷으로 여러 콘텐츠를 찾아보며 실력을 더 키우려 애쓰게 되더군요. 그러니 너무 미리 저 멀리 앞으로를 고민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무엇이든 내키면 시작하는 게 중요하겠죠. 


오늘, 그냥,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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