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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un 18. 2020

변화만큼 안전한 것은 없다

- 밥 딜런과 구한말

"변화만큼 안전한 것은 없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앱에 올라온 문구입니다. 밥 딜런이 말했다지요. 스티브 잡스가 사랑했던 가수여서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그래서 밥 딜런의 삶을 찾아봤습니다. 정말 그는 자신의 말대로 살았는지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봐도 그가 결단한 변화의 위대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blowing in the wind> 등의 노래로 사회적 저항 운동의 상징적인 가수가 되었던 그는 비틀스에게서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답니다.


"비틀스는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코드는 정말 도에 지나친 것이었지만 하모니가 그것을 타당하게끔 했다. 그러나 맹세하건대 난 정말 그들에게 빠졌다. 모두들 그들이 어린 10대를 위한 광대이며 곧 사라질 것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내겐 명확했다. 그들이 지속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난 그들이 음악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내 머릿속에는 비틀스가 전부였다."


밥 딜런은 정통 포크 장르에서 일렉트릭 사운드로 음악 세계의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19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통기타 대신 일렉기타를 메고 나타난 그에게 대중들과 포크 팬들은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지만, 밥 딜런은 자신이 선택한 변화를 밀고 나갔습니다. 그 결과 포크 록이라는 새로운 음악 영역을 창조해 냈고, 저는 제가 좋아하는 <knocking on heavens door>(1991)를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좀 뜬금없지만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레전드가 되기도 했으니, 누릴 건 다 누린 가수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의 말은 믿을 만하네요. 변화만큼 안전한 것은 없는 듯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무척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라 합니다. 변화가 낯설고 두려운 반면 어떻게 어디로 변화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변화를 비웃습니다. 그러다 말 거야. 결국 세상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 설사 변한다 해도 내가 이 나이에 무얼 할 수 있겠어. 그렇게 말하며 몸을 웅크립니다.  


하지만 이번의 변화는 일시적일 것 같지 않습니다. 100여 년 전 개화기를 방불케 합니다. 기존의 모든 지식 체계와 규칙들, 삶의 방법들이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너무도 빠르고 엄청난 변화로 인해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가상현실, 각종 언택트 기술을 보는 우리의 불안과 두려움은 그 옛날 구한말 기차와 거대한 여객선을 마주한 그 시절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에 못지않습니다. 우주가 바뀌는 불안과 두려움이겠지요.


우리에게 삶에 변화를 수용하라는 강력한 시대적 요구가 가해져오고 있습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말이지요. 


이럴 땐 구한말 사람들 중 선각자들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해 보입니다. 새로운 문물, 새로운 변화에 뛰어들어보는 것입니다. 기차가 신기하면 타봤고 여객선이 궁금하면 타고 떠날 줄 알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저 먼 태평양을 건너가서 가장 먼저 뛰어들어 서구 문물을 생활화했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그들이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되었고요. 구시대의 주류 학문인 성리학을 움켜쥐고 있었던 이들은 사멸해갔습니다.  


변화가 가장 안전하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조금은 무식한 심정으로 새로운 변화에 뛰어들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뭐라도 해봐야 숲 사이로 난 작은 길들이 보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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