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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un 12. 2020

소설책을 많이 읽으면 수능 국어 시험을 잘 볼까?

- 취미 독서와 학습 독서

결론부터 말하면 어렸을 때부터 소설책을 차근차근 읽어왔다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일단 글을 읽기 위해서 필요한 어휘력이 상당 부분 갖춰져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또 글을 읽으면서 다음 장면을 상상하기도 하고 예상하기도 하면서 추론 실력도 많이 늘었을 겁니다. 활자에 익숙해져서 읽기 속도도 많이 빨라졌을 것이고요. 만약 초등학생의 어머님이 제게 수능 국어를 잘하려면 소설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은가요?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고개를 끄덕일 것 같습니다. 공연히 수학이나 영어의 선행학습을 위해 애쓰기보다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만약 고등학생이나 고등학생의 학부모님이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저는 고개를 가로저을 것 같네요. 고등학교 때 소설책을 많이 읽어 수능 국어시험의 성적을 올리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능 국어에서 테스트하고자 하는 것은 복잡한 정보를 접하고 그것을 읽어내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학생들의 역량입니다. 이런 목적으로 하는 '읽기'를 '학습 독서'라고 합니다. 지식과 정보를 배우고 습득하고 그것을 통해 추론하고 적용하는 역량을 키우는 읽기이지요. 반면에 소설책, 즉 문학책 등을 읽는 '읽기'를 '취미 독서'라고 합니다. 글의 이면적인 의미, 작가의 생각, 주인공 또는 시적 화자, 등장인물과의 동일시를 통한 교감 등을 파악하는 역량을 키우는 읽기인데요, 수능의 국어 시험은 이런 취미 독서 역량은 테스트하지는 않으려는 경향이 큽니다. 그건 말 그대로 '취미'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주관적인 해석의 위험 때문이기도 합니다. 


거칠게 예를 들면 '그는 눈을 내리깔았다.'같은 문장이 있을 때, 99프로의 학생들이 주인공이 겁을 먹었다고 해석해도 1%의 학생은 주인공이 상대방을 깔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그 1%의 학생을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그 영역은 개인의 취미 생활 영역에서 해결하게 두는 거죠. 평가의 영역에서는 빼고요. 개인의 주관적인 감성적 역량은 취미 독서를 통해 스스로 계발하여 삶을 풍요롭게 가꾸면 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수능 국어 시험에서는 주관적 영역이 점점 더 축소되고 있습니다. 수능은 화법과 작문&언어와 매체, 문학, 독서 이렇게 세 영역으로 분류가 되는데요. 거의 모든 영역의 시험이 독서 영역과 비슷한 유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문학 영역의 시험도 거의 독서처럼 출제되고 있지요.(문학적 용어에 대한 훈련이 거의 되어 있지 않은 사람도 풀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면적 의미 역시 거의 묻지 않습니다. 지문을 통해 답을 도출할 수 있도록만 출제합니다.) 철저하게 더욱더 학습 독서 역량을 묻는 쪽으로 수능은 변해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고등학생이 되어서 소설책을 많이 읽는 것은 수능 국어 시험성적에 약간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큰 도움은 안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물론 양질의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사실 우리나라 성인들 중에서 소설책을 못 읽는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문맹률이 무척 낮은 나라이지요. 국민 대다수가 읽고 쓸 줄 압니다. 세종대왕님이 창제하신 '한글' 덕입니다. 그러나 뉴스에 종종 나오듯 성인 문해력 수준은 매우 낮다고 합니다. 취미 독서가 아닌 학습 독서 역량이 부족하다는 말이라고 해석해도 될 겁니다.  


고등학생들은 '학습독서' 역량을 키워야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국어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요. 학습에 필요한 독서 능력이니까요. 


하지만 그것뿐만 아닙니다.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가는데 '학습독서' 역량은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수능의 다른 과목은 잘 모르지만 국어 과목 시험은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이 얘기는 다음에 다른 글에서 설명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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