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호 Jun 29. 2020

대입 수능을 위한 6월 모의고사에 대한 단상

- 마음이 편안해야 잘 풀리는 시험이었다?

대입 수능을 대비해서 한국 교육과정 평가원이 출제하는 6월 모의고사가 지난 18일에 실시되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수험생이 있다면 수고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수능이라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전염병으로 인해 학교에도 정상적으로 등교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험을 치르느라고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겠어요. 정말 수고했지요!


저는 업무가 수능과 관련이 되어 있어서 당연히 풀어봤는데요. 풀어본 소감은 '어? 예년보다 굉장히 쉽네?'였습니다. 1등급을 나누는 점수가 대략 91~93점에 맞춰지는 것이 적절한데 느낌상으로는 거의 97, 98점에 육박했거든요. 평가원에서 수험생들의 상황을 배려해서 난이도를 많이 낮췄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요. 학생들의 가채점 결과를 통해서 나온 예상 1등급 컷 점수는 91점이었습니다. 작년의 수능과 유사한 수준의 난이도로 학생들이 느꼈다는 뜻입니다. 좀 이상했어요. 늘 시험을 어렵게 했던 독서 영역의 지문 난이도는 많이 떨어졌거든요. 분량도 많지 않았고 글의 복잡도도 높지 않았죠. 개념어의 수도 그리 많지 않았고요. 다른 영역의 문제들, 그러니까 화법과 작문, 문법, 문학에서도 수험생들의 멘털을 털어내는 어려운 문제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예상 점수는 그런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었지요.


분석이 필요했습니다. 왜 쉬웠는데 점수는 낮을까? 저는 유형의 미묘한 변화에서 이유를 찾았습니다. 평가원의 기조는 줄곧 수험생들에게 글을 읽어내는 독해력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사고력을 갖출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독서 영역의 지문은 조금 과했다가 2019학년도 수능으로 인해 홍역을 치르면서 안정된 난이도를 찾아왔다고 보여요. 그래서 쉬워 보인 거죠. 시험의 난이도는 외양상 독서 지문의 길이와 문항의 복잡성으로 인상 지어지거든요. 반면에 다른 영역들에서는 가시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었지만 꾸준히, 조금씩 독해력과 사고력을 요하는 문항들로 메워졌습니다.  


가령 화법과 작문의 경우, 선지 자체를 정확하게 읽어내지 않으면 시간을 많이 잡아먹거나 실수하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4 분할된 선지의 한 부분만으로 오답 선지를 가려내야 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이 영역에서는 오답률 높은 문제는 별로 없지만, 아마 평균 풀이 시간을 예년과 비교해보면 조금씩 늘어가고 있었을 겁니다. 


문법 영역에서는 1~2문항을 참신하게 냅니다. 실력을 과시하고 싶은 사람들은 별 변화 없었다, 큰 것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문법 문항에서는 1~2문항을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로 냅니다. 이런 문제를 긴장된 시험시간에 접하면 풀이의 방향을 정하는 데에만도 많은 시간을 잡아먹게 되지요. 문법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난이도는 올라가고 있었던 겁니다. 


문학 영역에서도 독해력과 사고력을 요하는 문항들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화작과 마찬가지로 선지의 복잡성을 높여서 문항 난이도를 끌어올렸지요. 선지가 길어지고 어려워지고 아주 작은 부분만으로 정답과 오답이 갈렸습니다. 이건 독해력과 직결됩니다. 선지의 뜻을 이해 못하면 답을 구할 수 없으니까요. 평가원에서는 문학 역시도 주관적 감상의 영역은 제쳐두고 객관적인 정보의 파악, 즉 사실 확인 방향으로 문제를 내고 있어요. 그러니 꼼꼼하게 작품과 선지를 읽어내지 않으면 답을 골라낼 수 없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사전에 공부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지요. 정말 유연한 사고와 정밀한 독해력을 현장에서 발휘해야 할 뿐입니다. 


그래서 어려웠어요. 독서는 예년보다 쉬워졌지만 다른 영역들이 조금씩 진화하고 있었던 겁니다. 특히 2022학년도, 그러니까 내년에 바뀔 수능의 예시 문항을 평가원에서 발표했는데 그 유형 중 몇 가지가 6월 모의고사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건 상당히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듯해요. 원래 머리가 유연해야 사고력 문제를 잘  푸는데, 학생들은 긴장된 상태에서 사고력을 위해 고안된, 조금씩 예전과는 유형이 다른 문제를 풀어야 했거든요. 굉장히 학생들을 힘들게 했을 겁니다. 그 부분을 감안하지 않고 편안한 사무실에서 강력한 부담감에 억눌리지 않은 상태로 풀어보면 시험이 무척 쉬워 보이겠지만 말이죠. 


결론처럼 6모의 교훈을 짚어보면, 쉽지 않겠지만 마인드 컨트롤을 잘해서 시험 당일에 편한 마음으로 봐야 사고력 문제가 잘 풀린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러려면 그 전에 압도적인 실력을 쌓아서 어떤 문제가 나와도 풀 수 있게 스스로를 단련시켜 놓아야 하겠죠. 연습은 실전처럼 해 놓지 않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렇게 충분한 연습을 해야 시험장에서 긴장을 덜하고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 앞에서 유연한 두뇌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겁니다. 



작가의 이전글 생각을 실행으로 바꾸면 두려움이 사라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