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호 Aug 25. 2020

출근 가방을 바꿨다

- 짊어진 무게가 가벼워진 만큼 행복해지다

며칠 전에 늘 들고 다니던 출근 가방을 바꿨습니다. 원래 사용하던 출근 가방은 큼직한 배낭 2개와 꽤 많은 내용물이 들어가는 크로스 백이었습니다. 그걸 에코백으로 바꿨습니다. 


가방이 좀 가벼워졌으면 했거든요. 가방이 가벼워지면 출근길의 발걸음도 가벼워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있었지요. 기분 전환이 필요했거든요.  


평소 들고 다니던 소지품들을 하나하나 점검해보았습니다. 좀 놀랐어요. 평소에 아무런 생각 없이 들고 다녔는데, 따져보니 들고 다닐 이유가 별로 없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일단 파우치에 넣어 다니던 휴대용 배터리와 스마트폰 연결 케이블을 비롯한 여러 잡동사니들을 가방에서 꺼냈습니다. '어디 여행 가냐?' 스스로에게 그렇게 핀잔을 줬지요. 지난 한 달간 이동 중에 사용해본 적이 없던 물건들이었습니다. 가방에서 빼냈지요. 


아이패드와 그에 딸린 키보드는 회사에 두기로 했습니다. 집에 오면 주로 컴퓨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별로 사용할 일이 없었거든요.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이면 충분했고요. 굳이 가방에 짊어지고 다닐 필요가 없었던 거였습니다. 


그렇게 가방에서 소지품들을 하나하나 빼냈지요. 남은 것은 놀랍게도 이어폰, 부채, 선글라스, 카드 지갑, 그리고 마스크, 이게 다였습니다. 배낭에 짊어지고 다닐 것들이 아니었지요. 집에서 뒹굴고 있던 에코백에 담았습니다. 


그걸 들고 집 밖으로 나서는 순간, 마음이 상쾌했습니다. 신체가 느끼는 것을 우리 마음은 심리적으로도 느낀다고 하던데 그게 맞는 것 같더군요. 어깨에 잔뜩 짐을 짊어지고 나설 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방에서 언젠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며 담아두었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면서, 제 마음속에 쟁여두었던 불안과 부담, 욕심 같은 것들도 함께 덜어내었나 봅니다. 


그러니까 조금, 행복해졌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디지털 역량, 결국 빌리는 능력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