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호 Aug 28. 2020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 소중한 것을 대하는 자세

살다 보면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잊어버립니다. 


제 아내는 늘 무언가를 깜빡깜빡합니다. 휴대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지갑은 챙겼는지, 늘 무언가를 찾습니다. 제가 그래서 '인생의 1/3을 무언가 찾는데 쓴다'라고 놀리곤 하지요. 


저라고 뭐 다를까요. 우연히 들려온 멜로디를 두고 '이거 누가 부른 노래였더라?' 생각해내려 끙끙거리는 일이 많습니다. 옛날 사진을 보다가 고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이 찍힌 것을 보았는데 그분의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고요. 중요한 일정을 깜빡 거리는 일이 많아, 요즘은 디지털 캘린더에 알람까지 설정해 둡니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스트레스로 미쳐버릴 거라는 내용을 어디선가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망각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간의 특징이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느냐일 겁니다. 제 아내처럼 일상에서 한 두 가지 깜빡거리는 것은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애교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것을 종종 까맣게 잊어버리는 게 진짜 곤란한 일이지요.  


어렸을 적 제 꿈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는 나는 될 것이다. (     )가 될 것이다.' 이런 노래가 있었는데요. 멜로디와 다른 부분의 가사는 흥얼거릴 수 있는데 (     ) 안에 무엇을 넣었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2020년이 시작될 때 새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가족들과 한 가지씩 정하는데요, 그게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GE의 리더였던 잭 웰치는 자신의 생각을 직원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 똑같은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전달했나 봅니다. 


간혹 작고하신 신해철 님의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라는 노랫말에 흠칫 놀라곤 합니다.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회 없노라고, 그대여' 


후회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그제서야 잊었던 꿈이 떠오른다면 너무도 한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중한 것, 원하는 것, 이루고 싶은 것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되뇌이고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그것을 원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될 테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믿음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