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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Sep 01. 2020

디지털화할 수 있는가?

- 물건을 줄이는 방법

나이가 들어가면서 물건들이 많은 것이 좋지만은 않고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책상 위의 온갖 잡동사니들이 자꾸 신경에 거슬립니다. 매일 정리를 하지만 물건은 줄어드는 기색이 없이 자꾸 늘어만 가는 것 같습니다. 늘어나는 물건이 마음을 무겁게 하고 번잡하게 합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몇 가지 방법을 썼습니다. 일단은 부지런해지기로 결심했지요. 부지런해야 물건을 제 장소에 둘 수 있습니다. 소파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소파 주변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온갖 물건이 소파 주변에 비치되어 있다면 아마 대부분 소파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일 겁니다.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지요. 누워서 손 닿는 거리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두고 싶은 마음 말입니다. 또 빨래 거리나 사용한 컵, 과자 봉지 같은 것을 제때 버리기가 참 힘듭니다. 그걸 이겨내야 깔끔한 정리가 가능해집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두고, 눈에 띄는 빨래 거리나 쓰레기는 제때 해결하는 버릇을 들였습니다. 주변이 조금 깔끔해졌습니다. 


또 하나는 물건을 보면서 물어봤습니다.


'이걸 디지털화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디지털화해서 컴퓨터나 휴대폰 안으로 넣었지요. 일단 늘 지니고 다니던, 그래서 헤어지기 힘들었던 노트와 펜을 디지털화했습니다. 에버노트와 원노트 등의 메모앱을 활용하니 굳이 노트와 펜을 들고 다닐 일이 없더군요. 뭔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도 애플 펜슬과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쪽으로 습관을 바꿨습니다. 낙서이든 생산물이든 보관이나 간수가 훨씬 용이해서 좋았습니다. 책상 위의 종이 캘린더도 구글 캘린더로 대체했습니다. 명함은 받으면 집에 돌아와 명함앱에 디지털화해서 정리했고요. 여전히 종이 신문을 보지만, 스크랩 해야 할 기사는 포켓이나 읽기목록에 저장했습니다. 초보적이긴 하지만 여러 기사나 블로그에서 얻은 힌트들을 총동원하여 디지털화해보았지요. 

 

그다음에는 책을 디지털화했지요. 두 아이가 생기면서 아이들의 책까지 집에 쌓여가자 좁은 집이 터져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휴대폰을 하나씩 사용하게 되면서 종이책의 구입을 줄이고 리디북스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한 계정 당 4개의 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서 우리 가족에게 딱 맞더군요. 리디 셀렉트에서 필요한 상당수의 책을 찾아 읽을 수도 있어서 책값도 상당 부분 줄어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집에서 책이 차지하는 공간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과정은 계속 진행될 겁니다. 결과가 썩 괜찮았거든요.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여러 물건들이 휴대폰이나 컴퓨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게 될 것 같아요. 그런 방식으로 하루에 하나라도 물건을 줄여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시각적 동물이라서 그런지 복잡했던 책상이나 방이 깨끗해지고 단순해지는 걸 보니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명상이 따로 있는 게 아니더군요. 정리가 명상의 시작이자 수양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만지고 들여다 볼수록 행복해지는 취미의 영역은 예외로 하고, 나머지 일상의 모든 대상에 대해 물어보세요. 


'디지털화할 수 있는가?'


물리적 공간과 마음의 공간이 함께 더 넓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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