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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Sep 07. 2020

20년 동안 몰랐던 데니스 로드맨의 본모습

- 제대로 된 노력의 결정체

시카고 불스의 여섯 번째 우승을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 <<라스트 댄스>>를 한 편씩 재미있게 봐 가고 있습니다. 온 가족이 모여서 저녁때 한 15분 정도씩 보고 있는데, 다음 편이 보고 싶어서 감질이 날 정도이더군요. 어제저녁에 3번째 편을 보았습니다. 


세 번째 편은 주로 시카고 불스의 특급 리바운더이자 수비수인 데니스 로드맨을 다루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김정은 친구로 조금 더 잘 알려진 것 같기도 한데요. 저희 세대에게는 원조 '코트의 악동'이었습니다. 키가 2미터 정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엄청나게 큰 키이지만 2미터 10센티 이상의 선수들이 즐비한 NBA에서는 엄청 큰 키라고는 할 수 없는 선수였지요. 그런데도 리바운드를 기가 막히게, 정말 기가 막히게 잡아 냈습니다. 일단 볼이 튀어나올 곳을 알아차리는 능력도 대단했고, 그 볼을 따내기 위해 연속으로 몇 번씩 뛰어올라 잡아내는 집요함과 탄력도 무척 뛰어난 선수였지요. 


문제는 제가 그런 데니스 로드맨의 역량을 '타고난 것'으로 보았다는 점입니다. 또한 코트 위에서 보여주는 난폭함과 악당스러움도 '타고난 본성'이라고 보았지요. 97~98년 정도부터이니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렇게 생각했던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라스트 댄스>>를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완전한 제 선입견이었습니다. 프로팀에서 성장하면서 자신이 리바운드와 디펜스에 자질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을 거듭했습니다. 새벽에 동료 선수를 불러 이곳저곳에서 슛을 하게 하고는 그것이 떨어지는 지점에 자신이 반응하도록 노력했지요. 레리 버드나 매직 존슨이 공을 던질 때 어떤 스핀이 먹혀서 골대의 어느 지점을 맞으면 어디로 공이 튀는지를 세심하게 분석했고요. 그 결과로 얻어진 것이 데니스 로드맨의 리바운드 실력이었던 것이지요. 


그의 악동 이미지 역시 당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 속해있을 때 스스로 창조한 페르소나이더군요. 대학 졸업 때까지만도 순수하고 세상 물정 몰랐던 청년이었는데요. 


두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하나는 노력 없이 얻어지는 실력은 없다는 것. 자신의 장점을 찾고 그것을 극대화시키려는 노력이 전설을 만든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지요. 


또 하나는 외양을 보고 평가하지 말라는 것. 평소 그렇게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는데, 더 큰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가 선입견 때문에 제 주변의 보석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둘러봐야겠습니다. 


배울 것 투성이인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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