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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Oct 08. 2023

세상에서 가장 효과적인 사교육

흔히 최고의 강사들에게 강의를 듣고 좋은 문제를 푸는 대치동식 사교육법이 원하는 대학을 가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렇게 공부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학생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게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학생의 거의 모든 시간을 ‘공부'에 쏟아부은 결과일 테니까요. 게다가 부모의 엄청난 재정적, 시간적 지원도 필요하다 보니 인풋 대비 아웃풋으로 보면 가장 보잘것없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간혹 아이를 잘 교육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제게 물어오는 지인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 서툴기는 마찬가지인 초보 아빠임에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물어보는 것이겠지요. 그럴 때 저는 제 원칙과 철학을 들려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제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공부는 언어로 한다. 글로 한다. 그러니 글을 잘 읽으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기본은 갖춰지는 거다. 글을 잘 읽을 줄 알면 공부는 잘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읽어둔 배경지식과 잘 훈련된 독서능력으로 인해 수업 내용과 교과서가 저절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글을 잘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이 읽어보면 된다. 독서를 많이 하면 된다. 그래서 독서가 공부의 기본이다. 가장 기본적인 독서가 되면 세상 모든 읽을거리를 읽는 것이 공부가 된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웬 공자님 말씀 같은 소리를 늘어놓고 있냐는 표정이 되지요.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걸 누가 모르냐는 겁니다. 대학 입시를 위한 경쟁이 심각하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며 키우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젠 늦었다는 것이지요. 고등학교 학생이 한가하게 소설책 읽으면서 문해력을 높일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안 읽는답니다. 그러니 강제로 학원에 다니면서 능력을 키워주는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은 이 정도에서 이야기가 끝납니다. 제게 질문한 지인들이 기대했던 것과 제 대답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많은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이 원하는 ‘의치한'이나 ‘스카이'를 가려면 어쩔 수 없이 입시공부를 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가능하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자는 주장이 한가롭게 들립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글을 읽는 습관이 갖춰지지 않으면, 읽기 능력이 부족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부모님이 짜 놓은 계획대로 차근차근 과정을 잘 밟아 정말 최고의 엘리트들이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체 인구의 0.1% 미만이겠지요. 나머지는 정말 혼을 갈아 넣으며 길고 긴 세월을 버텨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의치한'에 가는 것입니다. 문제는 혼을 갈아 넣고 싶어도 독서가 부족하면 효율이 안 생긴다는 것이지요.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기초체력 없는 축구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할 꿈을 꾸는 것이랑 비슷합니다. 그러니 아직 아이가 초등학생이거나 그보다 어리다면 먼저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아이가 책을 잘 안 읽는다고 닦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부모 탓이니까요. 부모가 책을 안 읽는데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는 경우는 드뭅니다. 부모가 책을 읽는데 아이가 책을 읽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사교육법은 ‘자녀에게 책을 읽혀라'가 아니라 ‘부모가 책을 읽어라'입니다. 부모가 책을 읽으면 아이도 읽습니다. 그러면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지식과 교양을 갖추게 되겠지요.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사교육법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도랑치고 가재 잡기, 돌팔매질 한 번으로 새 두 마리 잡기인 거죠. 


우리 모두 책, 책, 책을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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