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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비완 Feb 28. 2024

아쿠아리움

며칠 전 아쿠아리움에 갔다.

진귀한 해양생물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요즘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가 쉽지 않다.

기껏해야 주말 이틀이고, 장기간 나를 돌아볼 시간을 갖는 것은 한계가 있다. 회사원이라면 말이다.


내가 저 벨루가와 다른게 무엇인지 생각한다.

한계가 없는 드넓은 바다에서 뛰어놀았던 적도 있었는데, 그에게는 이제 제한된 자유만이 허락된다.


내게 꿈이 있다면

자유롭게 이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

금전적 제약 없이 오로지 나의 자유를 위하여.


오늘도 나는 회사에 출근한다.

좁은 책상 한 칸이 내게 허락된 자유다.

그 책상 앞에서 나는 무엇이든 생각할 수 있다.

기획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아이디어는 깎이고 다듬어질 것이다. 나는 자신에게 묻는다.


‘이것이 내가 진정 원했던 삶인가?’

정해진 시간동안 나는 일해야 한다.

10년 뒤의 미래는 무엇이 있을까?

저 상사는 끝까지 나를 미워할텐데

내가 이 지독한 관계를 이겨낼 수 있을까?


벨루가를 다시 바라본다.

나는 흠칫 놀란다. 그가 웃고 있다.

그는 힘차게 헤엄치며 사람들과 교감하고 있다.

그는 적응했다.

작은 수족관에, 자신이 처한 환경에.

시지프스가 끝없는 형벌에 놓였을 때도

다시 굴러 떨어지는 공을 보며 웃었던 것처럼

벨루가도 웃고 있다.


나만 울상이었다.

환경을 비관하면서도

정작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나였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자유를 원한다면 자유를 찾아나서야 한다.

안정을 원한다면 인내해야 한다.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잠깐의 치욕은 견뎌야 한다.


버텨라.

버티고 또 버티면 기회가 온다.

그때 날개를 펴라.

그 전까지는 자유의 날개를 꼭꼭 숨겨두어라.


몰래 날아봐도 좋다.

하지만 빛을 숨기고 실력을 키워라.

승부는 한 순간이다.


벨루가가 자유를 찾는 날,

나 역시 자유를 찾으리라.

내가 자유를 찾는 날,

벨루가 역시 자유를 찾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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