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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비완 Mar 06. 2024

해인사 장경판전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

그녀는 고려의 국난 때 처음 만들어졌다.

외적을 물리치자는 마음을 하나로 모아 제작되었다.

무려 팔만개였다.


사람들은 그녀를 팔만대장경이라 불렀다.


그녀의 몸에 아로새겨진 글자들은

긴 세월 하나도 상하지 않았다.

내가 그녀를 품고 있었다.

나를 만든 이들은 자연바람을 통해 습기를 제거하고

목판에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최적의 온도를 유지시켰다.


앞과 뒤의 창의 크기를 다르게 설계하여

자연 통풍이 되도록 했다.

그렇게 나는 세월을 견디었다.


인간사 길어봤자 백년이 아니던가.

그녀는 천년의 세월 동안 이땅을 지키고 있었다.

고려시대에 전쟁이 났을 때도

조선시대에 전쟁이 났을 때도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 전쟁이 났을 때도

이곳은 불타거나 소실되지 않았다.


6.25. 전쟁 당시 이곳을 폭격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 한 대령이 팔만대장경의 가치를 알고 폭격하지 않았고, 이곳은 무사히 지켜질 수 있었다.


불심으로 대동단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곳에 보관된 마음이다.

국난을 헤쳐나가고 모두를 결집시키고자 했던 그 마음.

지키기 위해서 싸웠고,

살아남아 오늘의 명맥을 이어간다.


나는 오늘도 산에서 시원한 바람을 들인다.

그리고 절마당으로 흘려보낸다.

그녀가 쾌적한 몸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나는 앞으로도 너희 후손들이 자라 이곳을 찾을 때,

그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행복해라, 대한의 아들딸들아.

너희는 그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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