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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비완 Feb 21. 2024

피라미드 - 고대의 유적

수천년의 세월동안 나는 이 자리에 서 있었다.

많은 이들이 내 속을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

보물을 찾기 위해서.


파라오는 나의 주인이다.

그는 아마포에 겹겹이 쌓인 채 이 세상이 끝난 후에도

저승에서도 편안한 삶을 누리고자 나를 만들었다.


파라오는 절대왕이었다.

그의 손짓 한 번에 수만의 군대가 피를 흘리며 진군했다. 그의 고개 끄덕임에 사형수의 목이 댕강 잘렸다.

나를 만든 군주는 그 중에서도 절대왕이었다.

어느 누구도 그에게 감히 저항하지 못했다.

이집트는 오랫동안 이 세상의 중심이었다.

우리의 문명은 세상의 모든 문명을 낳았다.


나일강의 범람으로 비옥한 토지가 만들어졌고

그 위에서 우리는 풍족한 문명을 건설했다.

그래서 내세에도 이러한 풍족이 지속되기를 원했다.


내가 처음 받게 된 옷은

회백칠이 된 흰 옷이었다.

내 모자는 금으로 덧칠되어 있었다.


수천년의 모랫바람은 내 옷을 다 누더기로 만들었다.

나는 더 이상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굳건하다.


거대한 맘모스가 멸종될 때에도

로마의 카이스르가 권력을 잃어버렸을 때도

파라오가 죽었을 때도

클레오파트라가 자결했을 때도

나는 이 모든것을 지켜보았다.

나의 충실한 문지기 스핑크스와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년이 있다.

소년의 이름은 산티아고였다.

그는 꿈에서 나를 보고, 내 밑에 있는 보물을 찾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


도중에 노잣돈을 잃어버려 모로코에서 상인으로 긴 세월을 살았어도, 사막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났어도

그에게는 나를 보러 오겠다는 꿈이 있었다.


내 밑에 보물은 없었다.

보물은 그가 매일 낮잠을 자던 성당 밑에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나를 보러 오는 동안 성장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자아의 신화를 이룩했다.

고향의 여자들이 가장 아름답고

보물은 언제나 당신 곁에 있다.

내가 그를 카이사르보다 사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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