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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품마 Nov 15. 2021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음의 가치

네덜란드 주재생활 적응기 M+4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Are you settling well? 이란 질문에 꽤 자신있게 잘 적응 중이라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적응을 한 건지 못한 것인지 스스로 헛갈리는 시점이. 그리고 암스테르담 생활 적응의 관문이라는, 겨울이 시작된 바로 지금 말이다.


국가를 옮겨가며 적응하고 일한다는 것에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데,

그러다보니 시간은 생각보다 예상보다 빨리 흘러 어느덧 새로운 도시 생활 5개월차에 접어들었다.



Q1. 난 왜 바빴지?

꽤나 중요하고 많은 To-do list을 해치운 4개월이었다.



Amsterdam Life To-do List


집구하기/이사: 볕 잘 들고, 회사/편의시설 가깝고 방2개인 렌트하우스 구해서 이사하고 정리하기 - Done

행정업무 정리하기: 은행(네덜란드/싱가포르/한국) 관공서(네덜란드-거주자신청/한국-재외국민 이동신청) 운전면허교환, 회사 HR Transfer관련 서류 및 시스템 정리 및 재확인 - Nearly Done

개인 루틴 다시 정하기: 식습관, 운동(요가/필라테스 스튜디오 찾기), 여가생활 - Ongoing

Support Group Building: 동료, 친구, 교회, 모임  일을 넘어선 관계 쌓기 - Ongoing

주변국 여행가기: 암스테르담의 매력이 connectivity인데, 아직은 코로나로 인해 국가간 이동을 위한 절차가 은근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이유/핑계가   도시에머무르게 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정리해보니 대단히 무언가를 많이 한 것도 아닌데, 분주하고 바쁜 마음이었다 싶다.


How are you? 에 "The same old days" 내지 "Could be better"가 늘 내 대답이었는데,

오히려 답으로 돌아오는 질문이 "Still busy?"인 경우가 최근에 많았다 보니,

난 왜 바쁜 사람일까에 대한 질문도 스스로 많이 하던 시간이었다.


Q2. 적응을 한다는건 무슨 뜻일까?


코로나가 없던 시기에는 기본 업무 일정만 소화하기에도 벅찰 만큼 여러 활동, 출장이 많았었다.

그래서 코로나 이전의 변화를 겪으며 적응을 했다는 의미는 아마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누가 무슨 일을 하는 지 알고,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할 지 예측이 가능한 상태였을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예측불가한 변수와 함께 하며 국가를 이동하고 이직하는 변화를 겪으면서 하는 적응은 조금 다른 의미인 것 같다. 언제든 어떤 모양이든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할 정신적/신체적 여유를 가진 상태가 적응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선 난 적응을 아직 하는 중일 것 같다. 느낌상 엄청 많았던 to-do list를 해치웠던 것 같았는데, 막상 적어보니 물리적으로 처리해야할 것들을 처리하는 정도의 시간을 보내면서 신체적인 적응을 해온것이지, 정작 가장 중요한 정신적 여유는 갖지 못했으니 말이다.


Q3. 변화를 겪는 중에만 느낄 수 있는/누릴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코로나를 떠나, 개인적으로 지난 6년동안 다양한 모양/방식/타이밍으로 강도있는 변화를 겪어왔는데, 그 변화를 겪을때마다 진통에 집중을 했던 스스로가 아쉬웠다고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변화는 어쩔 수 없는 불편함, 고통을 동반하지만 그런 고단함만 있지는 않음이 분명한 것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변화와 함께 기회도 왔고, 새로운 시야/세계관의 확장, 경험, 관계도 주어졌기 때문이다.


변화 속에서 단순 진통으로 구분될 만한 불편함의 영역을 조금은 의식적으로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요소들을 좀 더 체화하고 즐길 수는 없을까에 집중하며 요즘 주변을 살피고 있다.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상황과 주변을 의식적으로 살필 수 있고, 내가 무엇을 겪고 있는지 /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집중하며 무엇이 진정 중요한 것일까를 찾아가는 중이다.


이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음의 가치가 좀 더 구체적인 가치로 정리될 앞으로의 시간을 기대해보는 5개월차의 마음과 태도를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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