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용접봉

내 온몸을 녹여 너에게 스미고 싶다

by 정건우

용접봉 / 정건우


오 밀리 밖에 안 되는 두께의 몸으로

내가 뭘 어쩌랴

걸어서는 닿을 수 없는 너

내 온몸을 녹여 너에게 스미고 싶다


나는 안다

떨어져 나간 것들의 애달픔에 대하여

벌어진 틈새에서 아른대는

햇살마저 사그라트리는 상실의 고독에 대해서

통곡처럼 낭자한 너의 해체


한 몸이었다 쪼개진 것들은

결국 돌아와 부둥켜안게 되는 것들

만나서, 갈라져 있었던 거리만큼 빈 가슴

진한 설움과 송곳 같던 응어리를

재우고 녹여 메우는 것


황홀하게 감전되며 내가 녹는다

아주 뜨거웠던 것이 지나간 자국으로

나는 남으려니

그대 그 자리에서 온전하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