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 간이역 2

명자꽃 입술

by 정건우

주점 간이역 2 / 정건우

노래는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밤 파도는 내 귓불 아래를 릇처럼 오갔다

남편이 죽고, 어느 새벽 몽사몽간에 들리더라는

쿠바 민요, 관타나 메라

지하철 5호선인가?

바에즈 목소리로 만났을 때도 눈물이 나데요

이 언덕에 등대가 되고 싶었던 사람은

재작년에 죽었단다

첫사랑이 근처에 있다고 고백하더라고요

사랑은 죽은 사람도 능히 살린다는 말도 있더라니

여자 입꼬리가 한쪽으로 길어졌다

제피나무 돼지 족발을 일 년이나 먹였다니깐요?

싸리나무처럼 마르더라고

한 사람 등에 둘이서 기대는 아치러운 팔자들이라

여자가 붓하게 흔들리며 열세 번째 잔을 따른다

꿈꾸듯이 마주 선다면, 둘이 붙들고 울겠죠?

아니면 말고, 라는 취한 입술이

젖은 명자꽃 같다.



주점 간이역


뱃살 때문에 마실 삼아 걷지요

춘천 여자가 가지런히 웃는다

차라리 며칠 굶으셔요

새벽에 산책하러 나섰다가

그 길로 천 리나 먼 이 갯가를 찾아왔다는

벙거지 갓등 아래 누이 같은 여자

영천 이 씨, 마흔네 살

궁금한 게 많으시니 절박해 보이진 않네요

아시나요?

원치 않는 곳에 나를 두는 일

단호한 여자의 손목이 일곱째 술잔을 꺾었다

손님이 남긴 술 모조리 털어 마셔도

도로 밍밍해지는 일

비탈에 꼿꼿한 잡초 같은 여인이

함초롬하게 묻는다

그런 걸 아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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