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문 -그림자놀이

광인狂人처럼 놀았다

by 정건우

그림자놀이 / 이용환

- 다정한 용환 형의 시


한 아비가 살아가면서 이성적理性的이기만 하다면
인생이란 참으로 적막寂寞한 것이다
돌아가신 백부님은 곧잘 한 잔 술에 취하여
침침한 호롱불 밑 밥 드시며
벽에 일렁이는 당신의 그림자와 광인狂人처럼 놀았다
-아나, 너도 한 숟갈! 나도 한 숟갈!
세월은 흘러 하늘엔 그 시절 달도 별도 없는데
처량한 조카도 백부님을 닮았다


[감상] / 정건우

우리가 일상에서 때때로 툭, 하고 던져보는 말 중에 “만약 무어무어 하다면”이라는 말 끝엔 가 각角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면, 나는 능히 이러이러하게 할 것이니 그것은 내가 새롭게 발견한 인지의 확신이요, 극명한 자기 정체 확립이어서 그 말은 선언 이상의 몇 곱절로 묘한 호기심을 유발한다. 궈진 철학적 사고가 곧추서는 것 같은 긴장감도 준다. 정답은 이미 나와 있어서 사고의 담보물로는 합당치 않겠지마는. 그렇겠다, 이성적으로만 살아가는 세상은 얼마나 멋대가리가 없을까?. 우리 시산詩山에 별 같은 회원들을 보더라도 과연 이성적인 사고로 이곳에 나들이하는 분이 몇 분이나 될까?. 그런데 이 그림자놀이에서는 그런 이성이니 감성이니 하는 세상의 말들이 무용無用한 느낌이다. 이쪽과 저쪽을 양단하는 이질적인 행동의 지표 격으로 “이성적이기만 하다면”이라는 말이 쓰인다. 그럼 그 양단에는?. 아아, 내 눈엔 그 끄트머리에, 벽에, 태초에 벌거벗은 우주가 비친다. 땅과 하늘로 대비되고 선과 악으로도 구별 지을 수 있을 것 같은 세상 온갖 것들이 구토하듯 일렁거리는 것이다. 세상이 만들어지고 난 뒤 누군가가 아우성으로, 최초로 드러내는 반항의 몸짓으로까지 보이느니, 필시 저 노인은 생의 바닥에 온전하게 엎어져 봤거나 초탈한 도인일 것이다. 그 벽에 일렁이는 목소리가 나를 통곡으로 복받치게 한다. 건너편 벽에 오롯이 드러나는 또 다른 나의 테두리 안쪽에서 우글대는, 세상 가장 낮은 저주파와 고주파가 혼합된 광경을 본다. 세상의 필설이 가서 닿지 않는 운명으로 동거同居하는 바깥쪽의 내가 안쪽의 나를 위무慰撫하는 저 처연한 목숨의 실루엣, 그림자놀이. 가끔, 아주 가끔 우리도 우리 삶에 백내장처럼 씌어 있는 “이성적이기만 하다면”이라는 조건의 적막寂寞을 과감하게 걷어치우는 생을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