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1977

척척한 다이얼 비누 향기

by 정건우

눈길, 1977 / 정건우

이 다마네기 같은 아줌마가

꽁꽁 언 신작로에 세숫물을 홱, 뿌리고는

엄지 검지로 팽, 하고 코를 푼다

공중에 떠 있던 수증기가 잠깐 새 사라진다

척척한 다이얼 비누 향기가 난다

밥 먹으러 왔었는지

소아마비 정무 형이 찹하게 눈길을 건넌다

은 왼쪽 무릎뼈를 움켜쥐고

앞으로 넘어지기 직전에

반동으로 튕긴 몸을 한껏 뒤로 젖히고

넘어지지 싶다가도 또다시 몸을 세우고, 휘청휘청

갈라진 홍해를 건너간다

행주치마를 연신 꼬집는 스물한 살 형수가

시동생 오금을 무지근히 라본다

열아홉 정무 형이 길 건너

골목길 어두운 골방으로 사라진다.

작가의 이전글입춘, 이른 봄날의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