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 시부랄 거 망해버려라
영월 일박 / 정건우
광천리 매미는 열에 아홉
아질한 우듬지에서 목을 놓는다
매미가 앉은 가지 끝 이파리
고주파에 몸서리치다
실색하여 일찍 떠날 준비를 하고,
이슬에 비치는
맑은 죽음 따윈 무섭지 않고,
수액에 질퍽질퍽한
오백 년 통증을 빨다가
허공을 째는 소리에 가는구나
청령포, 이름대로 서늘하게 감아 도는
물길 앞에서
내 눈은 어디를 떠가나
한 가슴으로 굽이쳐오는 강의 울음과
조카보다도 훨씬 어린
왕의 근심을 끌어안고 나는
에라, 시부랄 거 망해버려라
무릎 꺾인 늙은 아비로
휘적휘적 돌아 나오느니
왔던 길을 버리고,
휴대폰도 팽개쳐버리고,
TV도 켜지 않고
모로 누운 영월 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