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입에서 카레 향같이 아련한 냄새가 나네
인도 고아에서 / 정건우
지붕에 돌 얹은 벙커 같은 식당에서
목덜미가 가무잡잡한 생면부지 여자와
밥 먹으며 눈 맞추네
사십 오도로 덥혀진 아라비아 바닷바람이
흐뭇하게 발목을 휘감는 식탁 아래로
왼손을 펴고 바라보는 그녀의
크고 깊은 흑갈색 눈망울은 서늘도 하네
허랑한 나는 고집불통의 환경기술자
동쪽 끝 타고르의 고향에서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너
서쪽으로 왔다는 그녀에게
브런치스토리를 구경시켜 볼까?
한국에서 첫 번째 가는 글쟁이들 모인 곳이라 구라 쳐볼까?
옛 지명을 칼칼하게 잊지 않은 그녀 입에서
카레 향같이 아련한 냄새가 나네
미리 보낸 설문지 답은 안주머니에 접혀 있고
탄소 배출 협약에 대응하는
인도_한국 전략적 엠오유 어쩌고 하는
익모초 같은 소리가
어리댈 수 없을 만큼 깔끔한 그녀의
반다이크 브라운 입술 앞에서
문득 연애하고 싶어 지네
타지마할 입구에서 샌들 끈을 고쳐 묶는
늙은 릭샤꾼의 부은 발등 얘기로
눈시울 붉히면
그녀, 그 꼼꼼한 내 마음의 행간에
제대로 속아는 줄까?
경제고 나발이고 그딴 로보트 같은 소리
다 집어치우고 연애하고 싶어지는 그녀, 웃어는 줄까?
먹고살 궁리로 만난 더운 바닷가
저나 나나 매한가지로 낯선 땅 이곳 고아에서
사람 좀 사는 얘기 하고 싶네
일생을 못 잊으면서 아니 만나 살기도 한다는
연애 하나 이 먼 곳에 두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