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터미널

마스카라 진하게 바르는 그 버릇을 어찌하랴

by 정건우


원주터미널 / 정건우


나는 올라가고

너는 내려와서 만난 터미널에

네가 오기 칠 분 전부터

바람비가 내린다

대합실에 서 있는 사람들,

삼 분쯤 눈감고

몰라준다면

널 보듬고 잠시 울겠네

칙칙한 대합실,

자글자글 끓던 필름이

정전처럼 끊어지고

삼십 년 뒤,

구급차 왕왕 거리며

다시 도는 흑백 영화 속에

호출되어 나온 사람처럼

실성한 얼굴로

두리번거리고 있는 너

이름 부르지 않아도

너를 어찌하랴

피부가 탄력을 잃었어도

마스카라 진하게 바르는

그 버릇을 어찌하랴

새삼스레 묻는 게 지난날이다

어떻게 살았냐니,

뭐 그냥, 그냥, 그냥,

버리려고 뒤지던 서류뭉치 속

오래된 시험지에

틀린 답처럼

별것 아니라며 웃는 게

지난날이다

장난같이 물어놓고는

듯이 웃는데,

약속도 없었던 시간이 또

이렇게 흘러가서

서로 혼자 있게 됐을 때,

그땐 나를 불러달라고

그렇게 하세 이 사람아,

어렵겠냐

땐 내가 새벽에 올라와

팔 벌려 안고 가지

쓰게 웃고 또다시 너를

떠나보내는, 원주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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