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골목길 가로등 불빛이 사무쳐 돌아섰을 때
돌아보기 / 정건우
왠지 등어깨가 포근해서
돌아서 보니
흑백사진처럼 서 있는 너
일곱 걸음만큼 떨어진 곳에서
이제야 널 만나는구나
은은한 숨결을 뒤에 두고도
알지 못한 건
우리 둘, 숨 쉬는 방식이 서로
같았기 때문이냐
내가 울면 너는 팔뚝을 물었고
손뼉 치며 좋아 웃으면
너는 소리를 숨죽여 삼켰느냐
그렇다면 구태여 너는
왜 나를 따라왔느냐
돌아보는 순간에라도 나를
부를 순 없었느냐
언젠가 골목길 가로등 불빛이
사무쳐 돌아섰을 때
너는 길모퉁이 쪽으로
아주 긴 그림자처럼 나에게서
멀어져 있었다
그러지 말라고 손들어 나는
목이 메는데
너는 사그라지는 안개처럼
모퉁이를 돌아나갔지
불빛을 지우며 다가오던 고독
그랬었느냐
너는 방금 전까지
그렇게 외로웠던 나였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