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없이 빽도 없이 사람만 좋다는 노 교수 와이프
노 교수 와이프 / 정건우
칠월 초인데 길거리가 삼십팔 도로 뜨겁네. 만정萬情이 구더기처럼 우글우글 끓다가 뚝뚝 떨어지네. 열불이 나서 죽지 싶어 마누라 앞세우고 동네 카페로 도망을 갔네. 한데, 창가에 마누라 친구 다섯이 올망졸망 앉아 있네. 팥빙수 세 통을 시켜놓고 먹는 둥 마는 둥 싱숭생숭한 표정들이네.
"뭔 일이래?"
마누라는 반색하며 거기로 가서 앉았고, 나는 구석에 쭈그러져서 창가에서 읊어대는 시를 읽었다네.
마누라 친구 노 교수 와이프가 아랜가 저 아랜가, 농협 사거리 맞은편 대로변에 커피숍을 냈다는 시가, 구절 반복으로 잘도 읽히네. 귀때기 만한 한 평 반 매장에, 노브랜드 커피에, Take Out Only. 시바, 명색이 교수 사모님인데, 돈도 없이 빽도 없이 사람만 좋다는 노 교수 와이프. 그냥 커피 디카페인 커피 알기나 하나?. 한 달 전에도 멀쩡하더니 그새 도 교수가 어디로 날랐나?. 집에 빨강 딱지라도 붙었나?. 행과 연이 서로 뒤엉켜 이빨을 씹어가며 시제를 뜯어보았네.
진즉에 노 교수는 잘렸네 그만뒀다네 이 말은, 그 말이 그 말이고, 와이프 본 지도 세 달 됐네 한 달이네 그것도 한심한 말이고, 그 좁아빠진 구석에 여자 혼자서, 한 잔에 삼천 곱하기 하루 백 잔씩 이십일 팔면 육백에 가게 세 빼고, 물장사 반은 남는다 치고 에또, 웃기시네, 그 자리서 백 잔 팔면 내가 동진 엄마 며느리 딸년이네. 이리저리 오가는 태클에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 패도 이건 삼복 찜통에 답도 없고 뭣도 없는 미친 회계라.
"얼굴이나 보러 함 가보자"
아줌마들 동시에 자리를 털자 창틀이 우르르 흔들거리네. 수미쌍관에 턱도 없는, 여백까지 널너리 한 시 한 편이 흩어지네.
* 에필로그
이 엄동에 그 착하디 착한 노 교수는 어느 거리를 헤매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