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볼 필요도 없이 분명한 저쪽 지석리로 사라진다.
양구楊口 피라미 / 정건우
서천西川의 수놈 피라미를 부러지라 한다
회흑색 주둥이는 오돌토돌 너저분하고
깔깔한 비늘이 무지개로 아롱대는
빠릿빠릿한 놈이다
뫼산 자로 입을 찢은 피라미 사촌 끄리를
양구 사람들은 어휘라 부른다
꿈틀대는 그림자는 무턱대고 들이박는
성질 더러운 놈이다
큰 물진 다리에서 내려다보면
강둑을 지울 듯이 가랑가랑한 황토물
사람들 주섬주섬 입 다물고
뒤집힌 바닥 내음에 가슴만 벌렁대는데
하, 저 두 족속
파로호를 희롱하며 헤쳐 모이던 저놈들이
가라앉은 흙물을 거슬러
촘촘한 약속대로 물살을 가른다
온몸의 지느러미 환장하듯 흔들어 대면서
치고, 치고, 또 치는 올찬 토종들
어미 뱃속의 비린내가 탯줄처럼 휘감은 서천
가다가 죽어도 좋을 주소를 찾아
뒤돌아 볼 필요도 없이 분명한 저쪽
지석리*로 사라진다.
지석리*: 강원도 양구군 동면에 있는 서천의 발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