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콘라트 로렌츠

솔로몬의 반지 1

by 여름지이

오래전, 젊은 과학도를 인터뷰한 신문기사에서 그는 세상을 <솔로몬의 반지>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으로 나눈다 했다. 오호~, 당돌한(?) 어린 사람의 말이었지만 제목부터 호기심이 발동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당장 책을 샀다! 그런데 호기심으로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책이었다. 죄다 동물 이야긴데, 그 당시 난 사람 동물을 키우느라 다른 동물에 관심이 별로 없었고, 왠지 격이 다른 동물을 대하는 서양사람의 시각?, 태도가 선뜻 와 닿지 않았다.


침팬지 연구자 제인 구달의 영혼의 메시지 <희망의 이유>는 새로운 세계로 데려다주었다. 동물(짐승)과 사람의 경계가 사정없이 무너지는 느낌이었고 동물들의 천국 아프리카, 특히 탄자니아가 궁금해졌다. 어릴 때 TV를 보기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방송되고 있는 동물의 세계가 중년이 되어서야 재밌어졌다! 세월이 흘러 이젠 그(콘라트 로렌츠)는 나에게도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 콘라트 로렌츠(1903 ~ 1989)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그는 비교 행동학 Ethologie의 창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1973년 노벨 생리학, 의학상을 수상했고 동물행동학과 동물 심리학 최고의 학자이다. 동물의 신체, 생리현상뿐만 아니라 행동도 진화의 결과라는 결론을 얻어 동물과 인간의 행동을 비교하는 학문을 창시한다. 그의 비교 행동학은 궁극적으로 동물을 통해 인간을 아는 것을 목표로 하며, 그 예로 인간이 일으키는 전쟁과 살육은 동물들이 자기 영토를 방어할 때 싸우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공격성을 생물학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과학자로서 노벨상을 받기 전 독일어권에서 이미 에세이 작가로 더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의 에세이는 동물에 대한 관찰 기록으로 학문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문장이 간결하고 아름다워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문학, 철학, 민속학 등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과 삽화를 그릴 정도의 뛰어난 그림 솜씨는 그의 글을 더 돋보이게 한다.


생물학자로서 대중적인 글을 쓰는 그는 자연에 대한, 동물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다.

그가 살아오면서 분노로 어떤 일을 행했다면 그건 이 책에서 동물 이야기를 쓴 것이라 했다. 무슨 말이냐면 동물을 전혀 알지 못하면서 무책임하게 동물 이야기를 쓰는 글쟁이들과 그리는 미술가들에 대한 분노를 말한다. 과학적인 정확성을 가지고 재현할 필요는 없지만 동물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에게만 형상화가 허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가가 아닌 자연과학자인 그가 동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려주는 방법은 사실에 충실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유기체적인 자연의 진실이야말로 사랑스럽고 외경스러운 아름다움이라 했다. 객관적 지식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기쁨을 감소시킨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에 해당되는 말일까? 우리는 보이기 전에 알기를 포기하고 대충 수박겉핣기식으로 앎을 추구하고 있지 않나. 그리고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게 문제다.


동물행동학 연구는 특히 동물과의 직접적인 친숙과 지속적인 관찰을 위한 인내가 요구되기 때문에 동물에 대한 사랑이 필요하다. 분노 때문에 이 책을 쓰려했다면 분노는 사랑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과학대중서를 즐겨보는 이유는 과학 지식을 쉽게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과학자의 삶과 그가 이룬 업적이 문학작품에 버금가는 감동과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진실에 관한 이야기는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더욱 깊고 진하게 느끼게 한다.


생명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내면의 기쁨이 있는 이 생물학자의 결과물은 곧 시인의 마음으로 상상한 꿈이 현실화된 것이 아닐까. 생물학계의 아인슈타인, 콘라트 로렌츠의 낯설고도 특별한 동물 이야기, 나아가 인간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를 어설픈 독자가 역시 이야기해보려 한다.


*머리말과 옮긴이의 말에서 발췌, 정리,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