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탄생
솔로몬의 반지 2- 동물에 대한 짜증 편
동물에 대한 사랑의 크기를, 동물과의 생활에 대해 어두운 면을 감내하고 희생하는 마음의 크기라 했다. 서로 말이 통하는 사람끼리 살아도 짜증 나는 일이 많은데 동물과의 생활은 오죽할까. 아무리 생명체에 대한 뜨겁고 순수한 느낌으로 충만되어 있는 학자일지라도 그래서 어두운 면을 먼저 이야기한다.
새로운 학문을 창시하고 그 분야 최고가 되기까지는 주변 사람들과 환경이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부유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여러 야생동물들을 데려와 키울 수 있는 공원 같이 넓은 집과 그런 아들을 아량으로 보아 넘긴 부모님, 소꿉친구에서 아내가 된 인내력 막강의 여인이 곁에 있었다.
세상에 어느 주부가 길들여진 쥐가 집 안을 뛰어다니며 이불을 갉아 자기 집을 짓는 것을 참아낼 것인가. 그뿐인가. 어느 주부가 카카두(앵무새의 일종)가 정원에 널어놓은 빨래에서 단추를 모두 떼어 내고, 길들여진 회색기러기가 침실에서 밤을 지내고 아침이 되어서야 창문 밖으로 나가는 것을 참아낼 것인가.(회색기러기는 똥오줌을 가리지 못한다!) 라일락 딸기를 따먹은 새들이 모든 기구와 커튼 위에 배설물로 그려놓은 푸른 점들이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주부가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이런 예를 들자면 스무 페이지는 써야 할 것이다.
알텐베르크 그의 집 창살은 딴 곳과는 정반대의 역할을 한다. 동물들 주거지에 사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다른 집에서는 '새가 새장에서 나왔어요. 도망가지 못하게 빨리 창문을 닫아요'라면 거긴 '저런, 창문을 닫아요. 카카두(또는 까마귀, 원숭이)가 들어오려고 해요!'가 된다.
식구들의 상황을 알려주는 콘라트 로렌츠가 직접 그린 삽화 이렇게 알텐베르크 집에 야생 동물들(동물 가족들)을 자유롭게 놓아 기름으로써 비싼 대가를 치르야 하는 일이 허다했지만, 고등하고 정신적으로 활발한 동물은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해줄 때 참모습을 보여주므로 연구의 상당 부분은 그들에게서 얻어진 것이었다.(정신적으로 건강한 실험동물을 갖는 것이 동물 심리학 연구에 필수적)
그러면 학문적 성과만이 동물들로 인한 짜증과 손해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로렌츠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이상의 것? 이런 것이다.
이름을 지어주기까지 한 기른 기러기들을 보며,
- 물 위를 낮게 날며 강 굽이를 돌아가는 기러기들을 보고 있는 동안, 친밀하게 된다는 것이 갑자기 경이롭게 느껴졌다. 그것은 철학의 탄생을 의미했다. 나는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와 그런 친밀한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그리고 이것이 낙원으로부터의 추방에 대한 약간의 보상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어 기이한 행복감마저 느꼈다.
이주시킨 새들 중 끝까지 남아있던 갈까마귀들 소리를 들으며,
- 시간을 잃어버린, 박공 주위를 맴도는 갈까마귀 무리들의 울음소리가 난방 장치의 공기통을 통해 내 서재까지 울리면 나는 그 울음소리의 뜻을 세세하게 다 안다.
철학의 탄생, 기이한 행복... 세상의 잣대로 보면 정말 보잘것없는 상황이지만 특별한 상황보다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감정과 순간들이 분명 있다. 무언가에 몰입했을 때, 어떤 기억을 떠올릴 때.... 먼지만 한 실낱같은 느낌이지만 마음을 송두리째 장악하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그 무엇!
이 학자는 세상 사람들이 인정하고 알아주는 학문적 성과, 노벨상보다 기르던 동물들과의 교감이 철학의 탄생이라고 말할 만큼 경이롭고 행복하다.
어둠이 영영 올 것 같지 않은 하지 무렵 저녁답, 노는 아이들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다.
다음회부터 본격적으로 로렌츠와 동거한 동물들의 세계로 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