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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영 Jul 23. 2020

글쓰기 강좌 숙제

강렬한 여행지?

여행작가 김남희 님 글쓰기 강좌에 등록을 했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감히 전문작가를 꿈꾸지 않는 난 글쓰기를 배운다는데 회의적이나,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고픈 순전한 팬심으로 가게 되었다. 책이 항상 동반되는 여행으로 지성과 감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그녀의 글을 읽으면 여행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지도 평등하지도 않다는 걸 몸으로 읽는 그녀는 삶과 글이 일치하여 그런 세상을 조금 나아지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실천가이기도 하다.


첫 시간은 예상대로 글쓰기보다는 '좋은 여행이 좋은 글을 낳는다'는 주제로 좋은 여행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꼭 동반되어야 할 책임여행을 얘기했다. 여행자는 여행하는 곳의 경제, 환경과 문화를 존중하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여행은 개인적 소비가 아닌 사회적 행위임을 인식하기! 헐~ 어렵다.


글쓰기 강좌의 감초, 글쓰기 숙제가 나왔다. 그동안 여행지 중 가장 강렬한 곳과 왜 강렬했는지 써오라 했다. 작가님처럼 강렬한 주제다. 편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추구하는 나, 에 갇혀있는 내게 세상은 늘 우호적이다. 편안한 방구석에 앉아 한번뿐인 인생이기에 오히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정한 탐험가 욜로들의 이야기를 읽고는 박차고 나갈 듯 흥분하며 다른 세계를 꿈꾸기도 한다. 김남희 작가의 글귀처럼 '내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모순' 일까. 공감한 글과 현실이 영~ 딴판으로 돌아가는 난 강렬한 여행지를 또 이렇게 다. ( * * 첫 부분은 다른 브런치 글에서 가져옴)



2년 전 덕소(德沼 )라는 정감 있는 이름을 가진 동네로 이사 온 일은, 주어진 삶이 아닌, 몇 안 되는 선택한 삶에 해당된다. 스스로 선택한 일은 설사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다시 나아가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하물며 선택한 일이 좋은 결과로까지 이어진다면? 25년을 부산에 살다가 딱 50살이 되던 봄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 듯, 이틀 고민하고 이사 온 덕소에서의 삶이 그렇다. 살아보니 꼭 이런 기분이다. 길가다 충동구매한 물건을 집에 와 써보니 기대 이상으로 알지고 괜찮아서 매우 만족!


어떻게 나이 들어하는 이사를 감히 충동구매에 비유할까마는 그때 기분이 그랬다. 깊이 이것저것 생각하고 고민하기보다는 다들 외국이나 다른 지방으로 일부러도 가는 00살이에 살짝 숟가락을 얹었다. 거기다 이사 갈 이유도 반쯤 있는데 나이랑 익숙함에 잡혀 못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오히려 이 나이기 때문에 떠나고 싶기도 했다. 지금 아니면 익숙함을 벗어나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아서. 이사를 가느냐 마느냐가 문제였지 일단 정해지면 몸은 고돼도 마음은 쉽다.


덕소는 아주 큰 소(沼)라는 지명답게 10분만 걸으면 인근에서 가장 깊은 웅덩이가 있었던 한강과 ,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가까운 물의 도시다. 한강 나가는 길엔 월문천이라는 냇가도 흐르고 또 냇가는 5월이면 쪽동백 꽃과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검 대산이라는 작은 동산을 끼고 있다. 집 밖만 나가면 산책할 곳이 온데 널려있는 셈이다. 30분이면 서울 일터로 갈 수 있으면서 이런 자연환경을 갖추기가 어디 쉬울까.


이런 곳도 2년 정도 살면 이젠 익숙해져 식상할 만도 한데,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면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감으로 조금 달떠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도 편안한 잠자리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매일 돌아가는 여행을 하고 있다. 외로움과 자유로움이 일상인 이 곳, 어떻게  이런 기분이 유지되고 강렬한 여행지를 쓰라는데 지금 여기를 쓰고 있을까.


하나, 이곳으로의 이사는 용기를 내어 부모님으로부터 이제야 독립한 일이다.

캥거루족까진 아니지만 결혼해 20년 넘게 늘 시부모님 그늘에서 영향을 받고 괴로워하며 살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남들 명퇴할 시기에 남편이 서울에 취직이 되었다. 처음엔 긴가민가해 얼마나 직장 생활이 지속되겠나 싶어 살던 곳을 떠나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보람되었던 책방 일이 식상해지고 갑자기 삶이 지루해지고... 뭔가 변화하고픈 욕구가 강렬하게 일었다. 다른 때 같으면 며칠 허우적거리다 제자리 돌아왔겠지만 그때는 나도 떠나면 안 되나? 그러고 보니 철(?) 들고는 떠나온 적이 없네...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익숙한 곳으로부터, 독립을 시켜주지 않는  시부모님으로부터.

결국 옳았다. 마음이 안 될 때는 물리적으로라도 거리를 두면 서로를 놓아주고 놓여 날 수 있었다. 여기 와서 문득 소스라치게 느끼는 자유의 근원은 결국 이것이었다... 새장 속의 새처럼 처음엔 움찔했고, 날이 갈수록 바람에 내 몸을 맡기며 하늘을 유영하는 기분이다.


, 한 번도 생각해보지도 않은 의외의 장소에 갑자기 이사를 와 외국만큼 새롭다는 것이다. 정약용 생가를 소개하는 신문기사에서 남양주를 인지 한 적은 있지만 이사를 오지 않았다면 서울을 아무리 들락거려도 여긴  디디기 어려운 곳이다. 여행 가기 위해 늘 안테나를 맞추고 있던 체코 프라하, 독일 프라이부르크보다 더 말이다. 오죽하면 부산에 있는 지인들이 뉴스에 남양주 덕소라는 지명이 들리더라고 호들갑스럽게 전해 주었을까. 연 초에 전혀 계획 없던 다른 지역으로의 이사가 봄에 일어났으니 외계행성에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 여전히  안 가본 곳과 계속 또 가고 싶은 곳이 널려 있다.


 , 아이들이 다 크고 이사를 오니 이웃을 사귈 기회가 없어 밖에 나가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조금 외롭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나에겐 더없이 자유롭고 살아있는 느낌이다.

혼자 동네 카페를 가고 혼자 산책길을 걸으면 더 많이 발견하고 더 많이 느낀다. 한 번은 유일하게 나가고 있는 도서관 독서모임 동생들을 내 산책길에 초대한 적 있다. 한강이 굽어 보이는, 조랑조랑 거꾸로 매달린 꽃이 한창인 때죽나무 아래 벤치에 앉게 해 줬더니 모두 그 향기에 취해 꿈꾸듯 눈을 감고 코를 벌름거렸다.  앉아만 있어도 영혼이 덩긋 해지는 장소를 꽤 많이 알게 되었다.  


 넷, 아직도 무궁무진한 이 곳의 자연이다. 삼패공원 지나 석실마을 한강길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거대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그 나무 아래 앉아 해질 무렵 발갛게 물드는 한강을 바라보는 시간은 감히 신이 내린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양평 문호리 테라로사 모퉁이 돌아 흐르는 개울은 찾아주는 이 드물지만 졸졸졸 얼마나 얌전하고 예쁜지. 양수리 생태공원 구름다리 밑을 통과해 북한강으로 흐르는 개울 속 수초들은 어쩜 그렇게 매끄럽고 싱그러운지. 전거를 타면 길고 넓어진다. 조안면이나 남한강 길 풍경은 스위스 여행을 온 듯 강과 저수지를 곁에 둔 산자락 마을들이 가슴 벌렁거리게 아름다워 가던 길을 자꾸 멈추게 다. ....to be continued


다섯, 여기는 잠시 머무는 곳이지 계속될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여행자 기분을 거든다. 마치 인생극장의 한 막일뿐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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