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의 대화

솔로몬의 반지 6

by 여름지이

궁금해할지도 모르겠다.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의 지혜 이야기로 유명한 솔로몬 왕이 왜 동물 에세이 책 제목으로 등장하는지. 이 장은 표제인 <솔로몬의 반지> 편으로 그 궁금증을 풀어준다.


스위스의 작가 비트만(1842~ 1911)의 <성자와 동물들>이라는 책에는 솔로몬 왕이 마법의 반지를 사용하여 짐승, 새, 물고기, 벌레와 이야기를 한다. 나이팅게일 새가 그의 999명의 아내 가운데 한 명이 젊은 사내와 바람이 났다고 밀고했을 때... 그는 분노하여 마법의 반지를 집어던져 버린다! 이후 그는 가장 친한 동물의 말도 알아들을 수 없고 동물 세계에 대한 그의 마음은 딱딱해지기까지 한다. 로렌츠는 이 이야기를 하며 마법의 반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몇몇 동물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자신이 솔로몬 왕보다 낫다고 너스레를 떤다. 살아 있는 존재는 마술이나 요술 없이도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즉 진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고. 언어 마술사, 시인이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자연의 진실은 훨씬 더 아름다워 몇몇 동물의 어휘를 이해한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 못 된다는 것이다. 음... 그러면 마법이 없어도 아름다운 자연의 진실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우리가 언어라고 부르는 그런 성격의 언어를 동물은 갖고 있지 않다. 후천적이고 학습적이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말할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비교적 고등 동물인 갈까마귀나 회색기러기의 의사 표시 신호체계는 다 선천적인 것이며 동료에게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앞 장에서 말한 갈가마귀의 캬나 큐 같은 소리는 인간으로 치면 하품, 이마 찡그리는 것, 미소 등과 같은 기분 표현 수단에 가까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갈가마귀들의 언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우리식으로 말하면 감탄사에 불과하다. 그들의 송수신 장치는 인간의 것보다 훨씬 능률적이고 인간에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미미한 신호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인간에게도 감정과 정서를 무의식적으로 전달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었겠지만 언어의 발달로 퇴화되었음이 틀림없다. 지금 똑똑한 폰으로 기억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처럼.


인간 눈에는 보이지 않는 놀랍도록 미세한 움직임까지 지각하는 능력을 가진 동물들, 그래서 특별한 일을 해낸 유명한 동물들이 여기 있다.

1900년경 독일 베를린 <영리한 한스>라는 말은 수학 문제를 풀었고, <생각하는 말>은 세제곱근까지 계산해 냈고, 여주인의 유언장을 받아쓴 <롤프>라는 개도 있다. 이들이 두드리거나 짖는 소리로 하는 말은 모스 부호식으로 의미가 정해져 있는데,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했다면 그건 답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한테서 전달받는다는 것이다. 문제를 푼 게 아니라 사람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거? 당신이 모르면 개도 모른다. 어떤 실험에서 닥스훈트는 종이에 있는 발정 난 암캐의 냄새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주인이 치즈라고 생각하니 '치즈 냄새가 난다'라고 신호를 보내왔다.

앵무새와 많은 종류의 까마귀들은 사람의 말을 모방할 수 있다. 타고난 소리가 아닌 흉내 낸 소리를 어휘와 의미를 연결시키지 않고 그냥 노래하듯이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로렌츠가 직접 관찰한 기상천외한 새들을 보시라.

나이 많은 회색 앵무새 <가이어>는 아침저녁 때에 맞게 인사를 하고 방문객이 진짜 나갈 때만 인사한다. 거짓으로 시험해 볼 때는 결코 그의 인사를 들을 수 없다.
<파파갈로>라는 앵무새는 자기 주인을 찾기 위해 날아다니며, 박사님은 어디 계십니까?를 외친다. 높은 곳에 있는 굴뚝청소부를 가장 무서워했고 굴뚝청소부가 옵니다! 를 외칠 때는 틀림없이 굴둑 청소부가 나타난다.
들은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안개까마귀도 있다. 오스트리아 남쪽 지방 방언을 쓰는 아이들 소리를 듣고는, 우리로 치면 경상도 사투리다. 야, 이리 오이라. 저 바라카이! 이런 식으로. 발가락이 하나 부러져 날아와서는 또 이런다. 쇠꼬챙이로 요놈을 잡았지! 어떤 종류의 동물이 무엇으로 이 녀석을 헤쳤는지 감이 온다. 새들은 흥분 상태에서 들은 말을 더 잘 재현한다.


로렌츠가 알고 있는 가장 정신 수준이 높은 새는 콜크까마귀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위하여 인간의 말을 사용할 줄 아는 단 한 마리의 새이기도 한 그는 습득한 소리를 목적에 결합시킬 줄 안다. 콜크까마귀 <로아> 이야기다.

까마귀 새끼들이 흔히 감탄사로 내는 소리가 '로아'라 로렌츠의 까마귀는 <로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까마귀들은 친한 동료에게 같이 날도록 권유할 때(사실은 의도가 아니고 본능이죠) '라크라크' 또는 연속해서 '크라크라크라크' 같은 소리를 내는데, 로아는 인간 친구 로렌츠한테는 같은 상황에서 다른 소리를 낸다는 거다. 로아가 생각하는 위험한 장소에 로렌츠가 가게되면 친구를 구한답시고 앞에서 날아오르며 고개를 돌려 어깨너머로 로렌츠를 쳐다본다. 이때 인간적인 말인 '로아, 로아, 로아'란 소리를 외친다. 이 늙은 까마귀는 상황 따라 소리를 선택했고 인간에게 인간의 말을 의미 있고 분명하게 사용한 유일한 동물이다.


과연 로렌츠는 솔로몬 왕보다 낫다.

그에게 마법의 반지는 동물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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