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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05. 2017

환갑기념 타월을 만들어야겠다.

생일의 의미


욕실 앞에 누군지 모르는 '윤성'이란 아이의 첫번째 생일 기념 타월이 딩굴고 있다. 백일잔치나 돐잔치는 워낙 영아사망률이 높던 시절의 흔적이다.

어릴적 골목길 대문에 새끼줄이 걸려있던 기억이 아스라히 떠오른다. 새끼줄에는 크고 굵은 빨간고추가 달려 있거나 까만 숯이 달려 있었다. 첫 딸이 태어난 날 나는 연구소 동료들에게 도넛츠를 돌렸다. 어디서 봤는지는 모르겠는데 서양에서 아들을 낳으면 시가를 딸을 낳으면 도넛츠를 돌린다는 것을 보았다.

어쩌다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밴드에 들어가 보면 멤버들의 생일공지만이 굴비처럼 줄줄이 엮여 있다. 페북의 알림을 눌러보면 오늘이 누구의 생일이니 축하메시지를 남기라고 강추한다. 난 한번도 페친의 생일축하를 한 기억이 없다. 그런 의례적인 행위를 난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생일 날 어김없이 백화점, 은행, 증권회사 등에서 문자를 받는다. 이런 문자를 받고 아주 작은 기쁨이라도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하다.

환갑잔치라는 것은 평균수명이 사오십에 불과하던 시절의 흔적이다. 지금 현재 환갑이란 나이는 거의 정년퇴직시기와 맞물린다. 환갑 이전에 자식들의 혼사를 다 치뤘다면 성공한 것이다. 혼사를 치뤘다는 것은 아버지로서의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면 신선이 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찾아보면 '신선은 상당히 매력적인 존재로, 중국사상사 특히 도교사에서 가장 독특한 면모를 지닌 신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도교의 공식적인 교리로 '신선도(神仙道)'라는 것이 생기면서 일반 사람들에게도 수행을 통해 신선이 되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즉, 누구나 수행의 과정을 거치면 신선이 될 수 있는 신선의 대중화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 중략 세속적인 지위나 명예를 벗어던지고 죽음마저도 초월하는 신선의 풍모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멋진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신선은 노동하지 않는다. 신선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다. 신선은 걱정하지 않는다. 신선은 초조해하지도 않는다.

환갑 즈음하여 신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신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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