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Jan 07. 2017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다.

보이는 것과 진실은 크게 다를 수 있다.

  
오늘 영국신사 Nigel 을 만났다.

Morocco Marrakech의 Samanah golf club 에서 한국인 두명과 영국인 한명을 한 조로 묶어서 골프를 치게 만들었다. 원래 골프는 세명이나 네명이 조를 이루어 플레이해야 앞 뒤의 팀들과도 적당한 간격을 유지할 수 있다. 영국신사답게 Nigel 은 친구와 나를 편하고 즐겁게 해줬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20년 정도 프로골퍼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영국 에섹스 지방의 골프투어전문 여행사를 친구와 하고 있다고 했다. 모로코 골프투어 상품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 동안 현지 답사 나왔단다.

Samanah golf club 은 Marrakech 에서 18km 떨어져 있다. 아틀라스 산맥이 길게 잘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골프장 주변을 고급 빌라들이 그림같이 아름답게 둘러싸고 있다. 외국 관광객들이 제법 있었는데 스페인어와 프랑스어가 자주 들렸다.

전반 9홀을 치고 배고프지 않다는 Nigel 을 클럽하우스 식당으로 끌고 갔다. 우린 먹어야 한다고... 남의 나이를 묻는 것이 실례라고 배웠지만 나는 잘 묻는다. 궁금한 것을 못참기에... Nigel 은 62세라고 쉽게 답한다. 친구가 진짜냐고 물었다. 그렇게 안보인다며... 나보다 젊은 줄 알았다. 골프를 나보다 잘치고 멀리 치기에... 하긴 프로골퍼 생활을 20년이나 했으니... 한국에서는 60번째 생일이 특별한데 영국은 어떠냐고 물었다. 잠시 대답을 망설이는듯 하더니 공짜로 버스를 탈 수 있다며 웃는다.

여자가 좀 더 심한 것 같지만 남자도 젊어 보인다면 좋아한다. 즉 누구나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좋아한다. 몇십년만에 만난 학교 동창들의 첫마디가 "너는 하나도 안변했다." 이런 거짓말을 선의의 거짓말이라며 천연스럽게 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보이는 것과 진실은 크게 다를 수 있다.

얼굴이나 모습이 젊어 보인다는 것을 신체적 나이가 젊다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아닐까? 하긴 이즈음 혈관나이니 신체나이 등을 측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실제보다 젊다면 남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아닐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본능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들어 생기는 흰머리를 뽑다가 뽑기 힘들 정도로 많아지면 염색을 시작한다. 염색을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 멈추지 못하고 계속 하다보면 나이들어 별로 안남은 머리카락만 새까만 사람을 가끔 본다. 왠지 안스럽다. 이즈음 제법 나이든 남자들이 퍼머를 한다. 적어진 머리숱이 가려져서 있어 보이라고 한단다. 머리숱이 없는 대머리 아저씨들은 가발을 쓰기도 한다. 회사생활을 오래 하려면 젊어 보여야 한다고... 한 여름에도 털모자를 항상 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인내를 요구한다. 안써봐도 안다. 가발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가발 브랜드들이 엄청나게 광고를 많이 하기에 가발이 필요없는 사람들도 친숙한 브랜드가 되어버렸다. 가발을 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번식을 위해 성적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이미 번식을 포기한 인간들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치장하는 것일까? 우아해 보이고 싶은 것일까? 성적 매력이 최고로 필요할 때는 남자나 여자나 결혼하기 직전이다. 그러나 보통의 남자는 예쁜 여자를 찾고 대부분의 여자는 경제력 있는 남자를 찾는다고 한다. 남자는 나이들어도 철이 없어 그렇고, 그에 비해 여자는 엄청 현실적이란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As good as it gets)'에 유명한 대사가 있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나는 'It couldn't be better.' 만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인줄 알았다. 멜빈이 어렵게 생각해낸 캐롤에 대한 칭찬이자 사랑고백이 있다. "당신이 나를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해요.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더 좋은 남자가 되는 것과 더 좋은 남자로 보이는 것은 다르다. 매력적인 남자가 되는 것과 매력적인 남자로 보이는 것은 다르다. 내년이 환갑이면 보이는 것에 신경쓸 나이는 지났다.   

그러나 우아해 보이고 싶다...ㅎㅎ

Brian, Nigel and JK
매거진의 이전글 환갑기념 타월을 만들어야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