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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07. 2017

부고는 갑자기 날아온다.

이런 일출을 몇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Morocco Marrakech 에서 아틀라스 산맥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호텔 rooftop 에서 혼자 보고 있다. 저 산 뒤, 태양이 뜨고 있는 곳이 Sahara 사막이다. 이런 일출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부고는 갑자기 날아온다.
문자메시지로 카카오톡으로 이멜로 등등...
대부분의 부고는 호상이다. 소위 살만큼 살다 아니 평균수명 이상 살다 가셨다면 당연히 호상이다. 평균 이상을 살다 갈 확률은 반이다.

가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KAIST 3년 후배 본인의 부고가 날아왔다. 3년 아래이면 그 후배의 KAIST 석사 입학과 졸업을 내가 함께 했다. 나는 박사과정에 4년 반이나 있었기에... 인상좋은 후배였다. 항상 마주하기 편한 후배였다. 졸업을 하고 각자의 길을 갔지만 가끔 만날 수 있었다. 사회적인 일로 가끔 스쳐지날 때도 있었다. 충남 보령시 인근 대학교에 자리잡았다. 아내와 떨어져 산다고 했다. 이혼한 것 같기도 했다. 어머니 모시고 저수지 옆에 집짓고 산다고 했다. 그 경치 보러가겠다고 했었는데... 어느날 아프다는 소식이 들렸다. 암이라고 했다. 카카오톡 대문메시지에 '회복중'이란 것을 보고 암치료중임을 알 수 있었다. 부고를 받고 지금 대문메시지를 보니 '삶의 끈과 생활의 끈을 잡고'... 끈이란 단어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문상 다녀온 후배에게 물으니 4년 동안 투병했단다. 서해안 고속도로 대천IC를 지날 때마다 그 후배가 생각났었다. 4년 이상을 지나친 것이다. 그렇게 여러번 지나가면서 만나보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고인이 되고 문상을 가는 것 보다 그 전에 병문안을 갔어야 한다. 영정에 대고 인사하느니 차라리 전화 한통이 카카오톡 메시지 하나가 의미가 있다. 암이라는 소리가 들리거나 많이 아프다는 소리가 들리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보고 싶다고... 한번 보자고... 가도 괜찮냐고...

3년 후배처럼 환갑도 맞이하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현재 남자의 기대수명이 80전후이다. 2017년에 환갑을 맞는 정유년 생들에게는 평균 20년이 남았다. 정신없이 살았던 지난 20년을 생각해 보면, 아이들 키우느라 회사생활 하느라 고단했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앞으로 20년 이상을 살 확률이 반이고 20년을 채우지 못할 확률이 반이다. 나는 어느쪽일까?

환갑을 맞이했다는 것만도 이미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 대부분 낙천적이다. 자신은 장수쪽에 있다고 막연히 생각하며 열심히 운동을 한다. 아니면 '우려하는 것이 현실이 된다.'는 머피의 법칙을 알고 있어 아예 생각조차 하지않는다. 나는 어느쪽일까?

대부분의 대학교수들은 65세에 정년퇴직한다.

이즈음 간혹 조기퇴직하는 분도 있지만...

65세에 퇴직한 교수들이 퇴직한 후 5년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예상외로 엄청 많단다. 그리고 5년을 무사히 생존한 퇴직교수들은 아주 오래 산단다. 80이 아니라 90 이상까지도 산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생명보험회사 내부데이타라며 내 은사께서 5년전 본인이 정년퇴직하실 때 들려주신 얘기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대학교수라는 직업에는 사회가 용인한 은근한 특권(privilege)이 있다. 몇십년 그 특권을 누리다 정년퇴직함과 동시에 특권이 사라지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이다. 나는 가장 큰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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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조교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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