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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08. 2017

눈이 중요하다.

우아함을 식별하기 위해 눈이 필요하다.


나는 지금 눈 앞의 풍광을 길이 기억에 남기겠다고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가능한 하늘을 많이 포함시킨다. 구도를 잡을 때 2/3를 하늘에 할당한다. 하늘의 색깔과 떠있는 구름의 모습은 항상 변화무쌍 하다. 결코 같을 수 없다. 변화무쌍한 하늘의 사진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이나 그림을 보기 힘들다. 태양이 어떤 각도에서 얼마나 어떻게 빛을 뿌리냐에 따라 하늘 아래 모든 것은 색다른 감흥을 느끼게 한다. 결국 눈 앞에 보이는 것은 항상 새롭고 다른 것이다. 항상 새롭고 다른 풍광을 구별해내는 것은 나의 의식과 나의 눈이다.

우리는 의식의 문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눈의 문제는 심각하게 생각한다. 퇴행성 황반변성이 백세시대에 흔해졌다. 내 아버지는 85세 때 눈에 이상을 느끼셨다. 수십차례 눈에 직접 주사를 맞았지만 진행을 늦출뿐이지 진행이 멈추거나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을 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셨다. 지난 5년동안 시력을 잃을까봐 안절부절 못하셨다. 완전히 시력을 상실한 것도 아닌데 5년동안 아무 것도 안하셨다. 뉴스조차 눈에 해로울까봐 보지 않으셨고 방은 낮에도 항상 커텐으로 어두웠다. 선글라스를 집안에서 항상 쓰셨다. 이러한 퇴행성 황반변성이 이즈음 40대나 50대에도 일찍 발병한다고 한다. 내가 아는 분 중에도 환갑 지난 직후에 발병하여 크게 상심하시는 것을 보았다. 시력을 잃는다는 것은 보통 사람이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좋은 시력을 갖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일생동안 느끼는 기쁨의 크기는 크게 차이난다. 200야드 가까이 날아간 작고 하얀 골프공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 시력을 가진 사람은 골프가 훨씬 재미있다. 자신의 공을 시야에서 놓지지 않기에 공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눈 앞에 펼쳐진 골프장의 멋진 풍경속에 자신이 때린 공의 궤적을 더하여 자신만의 가슴 저린 풍광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점점 시력이 떨어진다. 얼마 있으면 흔한 백내장 수술을 해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 나이가 들면서 공도 예전처럼 멀리 날지 않는다. 신의 조화려니...

손으로 병아리를 쥐어보고 암놈인지 수놈인지 감별하는 능력이나 눈감고 포도주를 조금 입에 머문채 포도주를 감별하는 능력도 있지만 눈 앞을 스친 자동차를 식별해내는 능력이나 멀리서 걸어 오는 여인의 우아함을 느끼는 능력과 같이 살면서 마주치는 많은 감별은 눈으로 한다.

눈을 나이들게 하는 가장 큰 적은 자외선이라고 밝혀졌다. 그래서 젊을 때부터 열심히 선글라스를 껴야한다. 백세시대를 온전히 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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