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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10. 2017

Sahara 가는 길

나이 들면 어린애가 된다.


Sahara 로 가까이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아이가 울고 있다. 아이의 불편함을 애엄마가 버스안에서 해소시켜주지 못하나보다. 그치지 않는 아이의 울음이 버스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이는 점점 소리쳐 울고 있다.

버스창문 밖의 풍경은 거의 버려진 땅이다. 멀리 아틀라스 산맥의 눈 덮인 봉우리들만이 완전히 버려지진 않았음을 주장하고 있다.

원시의 인간들이 의식없이 본능과 반응성만으로 잘 살았듯이 아주 어린아이들은 의식없이 잘산다. 본능만이 있을뿐이다. 기저귀가 척척하거나 배가 고프거나 자고 싶으면 운다. 이 불편함을 엄마가 해결해 달라고... 이렇게 어릴 때 보호받고 사랑받지 못하면 커서도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럴 것 같다. 좀 커서 형제자매들과 부대끼고 부모의 적절한 지원과 사랑을 받지 못해도 정신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그것도 그럴 것 같다. 또 너무나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고 자라도 완전한 독립적인 인간이 되기 어렵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 같다.

의식이 있는 인간이 자신의 병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인식하는 것을 병식이라고 한다. 병식이 정신치료의 시작이란다. 자신의 문제를 인식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자신은 문제가 아니고 세상이 문제라고 인식하는 노인들이 많다. 그래서 나이 먹으면, 노인이 되면 불평 불만이 많아진다.

소위 성질 고약한 노인네가 되는 것이다.

내가 잘가는 골프장 캐디가 들려준 얘기다. 큰 돈내기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서로 말이 없단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골프만 친단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캐디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단다. 캐디의 말실수나 언행때문에 큰 돈을 잃을수도 있기 때문에... 가장 시끄럽게 골프치는 사람들은 천원짜리 내기하는 할아버지들이란다. 몇 천원 따고 그렇게 소리내어 좋아할 수 없고 몇 천원 잃고 그렇게 시무룩하기도 한단다. 심지어는 골프룰이나 내기룰 갖고 다투다 중간에 골프채 싸들고 가는 할아버지도 봤단다. 꼭 어린애 같단다.

나이들면 어린애가 된다.

모두가 나를 대우해주기 바라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면 갑자기 화를 낸다. 모든 것이 불만이다. 자기를 위주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고속버스 안에서 징징거리는 아이보다 꼴불견이다.

지친듯 조용해졌던 아이가 다시 소리치기 시작했다. 듣기만 해도 가슴 벅차오르는 Sahara 에 조금 더 가까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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