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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24. 2016

파타고니아에서의 래프팅

여태까지 한 래프팅은 물놀이였다.

Patagonia
남미대륙의 남쪽 남위 40도 이하의 지역 소위 남미 대륙의 남쪽 끝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년중 바람이 세고 안데스 산맥을 서풍이 넘으면서 많은 비를 뿌리는 칠레 지역과 안데스를 넘으면서 건조한 아르헨티나 지역을 일컫는다. 안데스산맥과 빙하가 어우러져 독특한 풍광을 만들어내는 지역이다.

바릴로체
아르헨티나지역에 있는 파타고니아의 시작이다. 칠레의 푸에르토 몽에서 6시간 정도의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큰 호수를 낀 바릴로체에 도착했다. 산과 호수가 우아한 풍광을 만드는 바릴로체에서 래프팅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경치가 좋은 곳이라도 기억에 남을 만한 활동을 안하면 쉽게 잊힐 수 있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골프, 래프팅, 말타기, 패러글라이딩, 집라인 등등..

래프팅의 난이도 레벨을 5단계로 정하는데 1단계가 제일 쉽고 5단계가 제일 어렵단다. 이 곳 Rio Manso 에서의 래프팅은 3내지 3.5 단계 정도라고 했다. 난생 처음 스킨스쿠버 복장을 입어보았다. 헤드기어와 고무신을 신고 하는 래프팅도 처음이다. 미국 콜로라도와 유타에서도 해 보았고 한국에서도 동강과 한탄강에서 해보았지만 래프팅의 난이도를 듣고 하기도 처음이었다.

여태 내가 해보았던 래프팅은 절대 물에 의도하지 않고는 빠질 수 없는 수준이었다. 즉 물놀이 수준이었다. 난이도 1단계인 것이다. 위험은 없지만 재미도 별로다. 그냥 물놀이니까. 그러나 이번 래프팅은 다르다. 의도와 상관없이 물로 튕겨나갈 수 있다. 우리 배에서도 동시에 세명이 빠진 경우도 있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몸의 균형을 잘 잡지 않으면 어느새 세찬 강물에 떠 있는 신세가 된다.

난 물이 싫다. 수영도 몇 달 배워 소위 버터플라이 시늉도 좀 냈었지만 근본적으로 물이 싫어 수영을 즐기지 못한다. 래프팅 자체가 물과 격하게 노는 놀이이다. 소위 빠지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놀이이다. 보트가 뒤집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놀이이다. 나와는 근본적으로 안맞는 놀이지만 재미있었다.

보트 제일 앞에 앉아 급류로 빨려 내려 갈 때는 사실 엄청 무서웠다. 눈을 안 감고 즐겼다면 거짓말이다. 중간 지점에 있던 엑스터시라는 이름의 격류에서는 다른 보트들이 다 뒤집어졌는데 우리 보트만 무사히 통과하니까 격류를 거슬러 올라가 세번이나 격류타기를 시도 하였다. 진정 뒤집혀 물 속으로 빠져들까봐 노심초사하며 세번의 시도를 무사히 넘겼다.

환갑 직전의 나이에 하기에 짜릿했다. 20대의 나이에 하기에도 짜릿할 것이다. 칠순기념으로 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결국 그 짜릿함을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 잠수복, 헤드기어, 구명복, 고무신발 등이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이다. 물론 종이에 서명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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