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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11. 2017

국방과학연구소 Home coming day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


대전의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았다.  


21년전 떠나온 나의 첫 직장이다. 박사학위를 받고 바로 입소하여 정확히 8년 4개월을 근무했다. 꼭 100개월이다. 나의 젊은 시절을 그리고 아이들의 탄생과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라 항상 머리속에 고향처럼 생각되는 곳이다. 뉴스에 국방과학연구소란 단어가 포함되면 빠지지 않고 본다. 얼마전에는 소장이 방산업체에서 뇌물을 받아 법정구속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내가 근무하던 추진기관부랑 탄두부와 소재부가 소속한 기술본부의 홈커밍 데이다. 최근에 2년마다 열렸는데 난 처음 참석이다. 그러나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문에서 출입조치를 하면서 핸드폰카메라렌즈에 스티커를 붙이란다. 대부분의 차에 달린 블랙박스는 놔두고 핸드폰 카메라렌즈를 가리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많은 새 건물들이 우뚝우뚝 솟았고 내가 근무하던 건물은 리모델링 중이다. 하긴 21년전에 근무하던 건물이니...

21년 전에 함께 근무했던 많은 얼굴들을 보았다. 나를 알아보는 많은 동료들이 정말 반가왔다. 그러나 대화의 주제는 몇 년 남았냐는 것이다. 정년이 만 62세 되는 생일날이란다. 그리고 70% 정도는 정년을 마치고 계약직으로 전환되어 만 3년을 근무할 수 있단다. 계약직전환의 비율은 매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단다. 그 기준도 애매하단다. 불확실한거다. 그래서 불안한거다.

불확실성의 시대, 불안의 세대...

증시가 오르려면 불확실성이 제거되어야 한다. 오를지 말지 하는 금리, 내릴지 말지 하는 환율, 경제상황에 영향을 주는 정치상황 등등 많은 불확실성이 제거되어야 사람들은 이익이 날 것같은 주식을 산다.

어떤 직업을 가질지 모르는 많은 젊은이들은 기업보다는 공사, 공사보다는 공무원을 선호한다. 취준생의 50%가 고시나 공무원을 준비한다는 통계도 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겠다고 교대를 가고 중등교원이 되겠다고 임용고시를 본다. 정신없이 변하는 사회에서 그래도 가장 변하지 않는 직업은 교육분야에 있다. 이미 기업에는 정년퇴직이란 용어가 사라지고,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70년대 일본의 박물관에나 있는 말이 되어버렸다. 결국 언제까지 안정되게 일할 수 있을까에 모두들 불안해하고 있다.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간호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들은 몰려드는 학생들로 경쟁률이 장난아니다. 인간의 질병과 건강을 다루는 분야 역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으로 이 시대가 가득차있다. 이러한 불안은 외부 자극에 분노한다. 광화문에 모이는 100만 200만 국민들은 사실 불안한 것이다. 그리고 말도 안되는 대통령의 통치에 분노한 것이다.

노년의 치매를 다룬 생노병사를 보았다. 많은 노년들이 건강과 돈에 불안해하고 있다. 건강에 불안해하는 것은 두가지 때문이다. 팔팔하던 신체가 병들어 누워 하늘로 가는 것이 두렵고, 어마어마한 치료비가 불안한 것이다. 결국 죽는 것과 돈 없음에 노년들은 불안하다.

인간에게 언제 죽을 것인가의 문제만큼 불확실한 것이 또 있을까? 결국 돈의 문제도 언제 죽을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얼마를 갖고 있어야 안심이 되겠는가? 언제 죽을지를 모르니...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


자신의 의지와 의식으로 이제는 가야할 때임을 판단할 수 있을 때, 주변을 모두 정리하고 가족들과 작별인사 충분히 하고 여한없이 눈을 감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예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매장을 했지 화장을 거의 안했다. 화장을 한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꼈다. 불구덩이에서 재만 남는 상상을 하기 싫었다. 그러나 이미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힌두교와 불교에서는 화장이 기본이었다. 그러나 이제 화장하는 비율이 80%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제는 사람들이 당연히 화장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화장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이 홍보와 교육을 통해 사라진 것이다.

지금 세계에는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가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미국 오리건주, 캐나다 등이 안락사를 허용한다고 한다. 스위스 dignitas 병원에서 안락사에 드는 경비는 우리돈으로 천만원정도라고 한다. 많은 외국인이 이 돈을 들고 이 병원을 찾는다. 우리도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불안과 고통에서 구해야 한다.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때문에 현재를 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내가 너무 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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