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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14. 2017

코 골고 쩝쩝대는 남자

우아한 대접을 받기는 힘들다.


아내와 딸이랑 식사하다 보면 내가 먹으면서 소리를 낸다고 가끔 딸이나 아내가 구박한다. "왜 먹으면서 소리를 내?" 난 모른다. 내가 무슨 소리를 내는지...

자주 같이 배낭여행하는 친구가 먹을 때 유난히 쩝쩝거린다. 음식이 맛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친구는 국수를 먹을 땐 엄청 후루룩거린다. 내가 저 정도는 아니지 하면서도 아내나 딸이 나를 구박하는 이유를 알겠다. 친구의 아들이 그랬단다. 자기 여자친구랑 아버지와 같이 식사 못하겠다고 창피해서...

아내가 같이 못자겠단다. 내가 코를 너무 골아서...같이 여행하는 친구와는 한방 쓸 때가 많다. 둘 다 귀마개로 무장하고, 친구는 심지어 안대까지 하고 잔다. 친구도 코를 곤다. 옆으로 누워서도 엄청 곤다. 난 옆으로 누으면 안곤다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서로 어제의 하모니에 대해서 얘기한다. 서로 너 땜에 못잤다고... 방음이 시원찮은 게스트하우스에서라도 자고나면 우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지 못했을 거라면서 낄낄거린다. 이번 여행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친구의 코 고는 소리가 거슬린 밤에는 꿈을 꾸지 못한다. 방을 따로 사용하여 혼자 자는 밤은 여러 개의 꿈을 꾼다. 꿈을 꾸고 싶으면 혼자 자야 한다.

코를 고는 문제는 풀기 어려운 문제다. 이비인후과의 수술로 풀기도 하는데 무척 아프고 재발도 쉽단다. 안면이 있는 이비인후과 의사조차 웬만하면 하지 말란다. 코를 심하게 골아 무호흡 증상까지 있어 자고나도 개운치 않은 경우에는 양압호흡장치를 사용하기도 한다. 얼굴에 플라스틱 마스크를 씌우고 양압(positive pressure)을 걸어주어 충분한 공기가 폐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고산지대에서 자면 압력이 낮아 산소의 공급이 부족하다. 그래서 생기는 병이 고산병이다. 몸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적응하는 몇일 동안 심히 고통스럽다. 적응 못하면 생명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코를 골고 자고나서 개운하다면 이 부담스런 장치를 얼굴에 끼고 잘 이유는 없다고 본다. 치과에서 만들어주는 마우스피스도 있다. 이것을 물고 자면 기도가 좀 더 확보되어 확실히 코를 덜 곤다고 한다. 이즈음 페북에서 엄청 광고하는 장치가 있다. 심하게 고는 코 위에 올려놓는 장치이다. 소위 noise cancellation device 라는 것이다. 소음과 주파수는 같고 위상이 반대인 소음을 발생시켜 원소음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 장치의 기원은 제법 오래되었다. 지금은 고급승용차에도 적용되어 차 밖의 소음을 안에서는 듣지 않게 할 정도 발전했다. 이 장치를 코위에 올려놓으면 조용해진다. 장치를 안대에 삽입한 제품으로 발전했다. 이 장치는 순전히 같이 자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아직 사람들의 사용후기가 많지 않아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잘 때는 코를 골고 먹을 때는 소리내어 쩝쩝거리는 남자를 어느 우아한 여자가 밥해주며 데리고 살겠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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