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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20. 2017

Chefchaouen in Morocco

누구나 늙은 자기의 모습이 싫다.


Chefchaouen 은 Morocco 북서쪽 산 속의 작은 마을이다. 1700m 가 넘는 두개의 봉우리 사이 계곡을 따라 형성된 달동네이다. 중세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그라나다와 세비야가 있는)에서 쫓겨난 이슬람인들과 유대인들이 들어와 정착한 곳이다. 유대인들의 전통에 의해 도시 전체가 푸른색을 띠고 있단다. 이 작은 마을을 포함한 이 일대가 스페인 식민지였다가 1956년 Morocco 독립 때 반환되었단다. 피난민들에 의해 세워진 달동네가 지금은 Morocco 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버렸다. 인구 5만도 안되는 작은 마을에 년 200만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 간단다. 나도 그 중의 한명이 되었다.

사실 별 것 없다. 몇년전 방문했던 통영 동피랑마을보다 좀 크다는 정도... 느낌도 비슷했다. 달동네 누추한 건물과 골목길을 파란색과 흰색으로 잔뜩 치장했다. 머리보다 조금 더 높이 꽃화분을 잔뜩 걸어 놓았다. 길바닥까지 파랗게 칠한 곳도 있다. 두꺼운 화장을 한 것이다. 속이 안보이게...

Chefchaouen 은 '두개의 염소의 뿔을 보다' 란 Berber 말이란다. Chefchaouen 을 건너편에서 잘 볼 수 있는 언덕에 하얀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1920년 스페인 사람들이 복원한 모스크라 Spanish Mosque 라고 한다. 모든 마을이나 도시는 높은 곳에서 먼저 조망을 하면 좋다. 그래야 전체 윤곽을 잡고 어디를 볼 것인지 쉽게 정할 수 있다.

오래된 공동묘지를 가로질러 Spanish Mosque 를 올랐다. 하얗거나 파랗게 칠해진 묘지들은 색다른 느낌을 준다. Chefchaouen 과 같은 색이다. 시신이 누워 있는 묘지에서는 누구나 숙연해진다. 묻힌 한 많은 인생들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를 땅에 묻었다. 깊게 안치된 관 위에 어린 나와 동생은 흙을 뿌렸다. 아무 생각 없었다. 어머니의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사실 어떤 의식도 없었다. 의식은 훨씬 뒤에 사춘기와 함께 왔다. 엄청난 상실감이...

Spanish Mosque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친구가 오랜만에 같이 사진을 찍자며 셀카봉을 올린다. 웃으란다. 김치-- 하며 사진 찍듯이 Morocco 사람들은 따진-- 꾸스코스-- 하며 사진 찍는다.

"사진을 왜 꼭 웃으면서 찍어야 할까?"

친구왈 나중에 보면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사진은 별로인데 그나마 웃지도 않고 찍은 사진은 못봐주겠단다. 그래서 이제는 얼굴 넣고 사진 잘 안찍는단다. 그나마 좋은 경치만 찍은 사진은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얼굴 넣고 찍은 사진은 그마저도 꽝이란다.

사진에 있는 내 얼굴이 별로다. 이제 늙어서 그렇다. 매일 아침에 거울을 보면서 이미 익숙한 모습이지만 좋은 경치를 망치고 있다. 모자 쓰고 선글라스로 얼굴의 대부분을 가려야 한다. 화장보다 센 변장을 해야 한다. 누구나 늙은 자기 모습이 보기 싫다. 젊고 예쁜 얼굴이 보기에 좋다. 교수 연구실 문 앞에 이름과 시간표가 붙어 있다.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20년 전 처음 학교로 이직 했을 때 찍은 사진이 나왔다. 아주 젊고 잘생긴 얼굴이다. 그 사진이 지금 시간표 자리에 붙어 있다. 이런 사람이 문 안쪽에 있다는 의미로...

누구나 늙은 자기의 모습이 싫다. 누구나 젊은 시절의 자신에 대한 애착이 있다. 그래서 남에게 생얼을 보이기 싫은 것이다. 아무리 나이 들어도...

묘지에서 본 세프샤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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