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 출발 전 50일
노르웨이 왕복 비행기표를 왜 샀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3월 새 학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날아온 항공사 프로모션 이메일에 낚여 취소 페널티가 반이 넘는 노르웨이 왕복 항공편을 덜컥 사버린 것이다. 그것도 혼자서...
최근에 우연히 마주한 노르웨이의 풍광 사진이 기억난다. 짙푸른 피요르드 바다와 눈을 이고 있는 봉우리들이 무지하게 아름다워 보이는 사진들... 가슴이 저릴 것 같은 경치들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경치를 보기 위해서는 제법 트레킹을 해야 할 것 같다. 가끔 쑤시는 무릎관절이 더 나빠지기 전에 가야겠다는 조바심이 화장실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결제해 버린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인양...
대학교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6월 15일)이 보통 항공사 프로모션 적용 마지막 날이다. 그 날이 지나면 많은 대학생들이 배낭 메고 유럽으로 떠난다. 대학생들이 떠나기 전에 떠나야 한다는 조바심에 6월 15일부터 28일까지 하지를 전후하여 노르웨이에 간다. 붐비는 공항과 관광지는 질색이라...
15년쯤 전 여름 덴마크 출장길에 일주일 정도 시간을 더해 노르웨이 오슬로와 베르겐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당시 북유럽의 물가에 얼마나 놀랐던지 다시는 갈 것 같지 않았다. 15년이란 시간이 흘러 그때의 놀라움이 내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 버렸나 보다.
노르웨이는 인구가 500만 정도에 국민소득은 6만 불이 넘는다. 산유국이라 그렇다. 수도인 오슬로의 인구도 50만 수준이다. 인구도 많지 않고 땅은 넓고 긴 겨울이 원시 상태의 자연을 갖고 있다고 한다.
노르웨이의 유명한 도시는 오슬로와 베르겐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트레킹 코스는 세 곳이 있단다. Stavanger 부근의 Preikestolen과 Kjeragbolten이다. 이 두 코스는 트레킹 소요 시간이 대여섯 시간 정도라 여름에는 사람들로 붐빈다고 한다. 그리고 12시간 정도 소요되는 Trolltunga 가 있다. 이 세 코스 말고도 무수히 많은 트레킹 코스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피요르드와 폭포...
노르웨이로 떠날 날이 점점 다가올수록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이동과 숙박 그리고 음식을 생각하면...
패키지가 아닌 개인 자유여행객은 렌터카를 이용하든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워낙 인구밀도가 낮은 노르웨이에서는 렌터카를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캠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캠핑장의 가격이 3만 원 정도이고 캐빈과 같은 오두막에서 하루 자는데도 7-10만 원이란다.
1인용 텐트를 사야겠다. 혼자 텐트 치고 걷을 생각에 왠지 우울해진다.
캠핑을 주로 하겠다고 마음먹으니 음식은 저절로 결정된다.
수동변속기가 달린 폭스바겐 골프에 1인 텐트와 침낭을 비롯한 캠핑장비와 전투식량에 준하는 2주일치의 음식을 싣고 노르웨이를 종단할 생각이다.
걱정된다. 노르웨이의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말에... 심지어 세단보다 SUV를 렌트하라고 권할 정도라...
우울하다. 입이 짧은 내가 13일간 삼시 세끼를 가스버너와 작은 코펠에 의존해 손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우려된다. 사람들이 거의 없는 자연 상태의 노르웨이에서 혼자 텐트 치고 잔다는 것이...
사람은 혼자 지내봐야 고마움을 느낀다고 한다.
혼자 있을 때 많은 생각을 한다고 한다.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 인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말도 있다. 그 말을 이번에 믿어 보련다.
나의 사춘기 시절 나는 정말 혼자 있고 싶었다. 자유를 구속하는 모든 것을 떨쳐 버리고 설악산에서 혼자 있고 싶었다. 얼마나 절실히 자유를 원했던지...
사춘기 때 하지 못했던 것을 이번에 제대로 해야겠다. 노르웨이의 자연 속에서 13일 동안...
사실 배낭여행보다는 자동차 여행이 좋다. 집을 떠나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갈망하는 것이 자유인데 자동차 여행이야말로 가장 자유롭다. 배낭여행은 이동하기 위해 버스와 기차를 이용하는데 버스나 기차를 타고 있는 시간은 내 자유를 구속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혼자라면 눈치 보거나 배려할 사람도 없는 완벽한 자유 아닐까?
완벽한 자유가 노르웨이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