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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May 06. 2017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노르웨이 여행 출발 전 40일


나는 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행복하다.

어디를 갈 것인가를 찾을 때부터 항공권을 사고 여행일정을 정하고 렌트카를 계약하고 첫 숙소를 정하고 가져갈 짐들을 챙기면서 이미 여행은 시작된다.

인간은 자유를 추구하고 행복을 위해 산다.

'노동이 당당한 나라'라는 익숙한 어느 대선 후보의 슬로건이 떠오른다. 거의 모든 사람이 노동을 한다. 아주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날 때 땀흘려 일하지 않고는 먹고 살 수 없는 벌을 받았다. 그 이후로 우리는 생존을 위해 노동을 한다. 먹고 살기 위해 해야하는 일이 모두 노동이다. 모든 노동에는 육체적 부분과 정신적 부분이 있다. 노동이 당당한 나라에서의 노동은 주로 육체적 노동을 의미하지만 소위 블루칼라에도 정신적 부분이 있고 화이트칼라에도 육체적인 부분이 있다. 어느 쪽 부분이 더 많으냐는 것이고 어느 쪽의 보상이 금전적으로 더 크냐는 문제이다. 보상은 수요공급의 법칙과 노동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나 할 수 없고 경험과 지식이 쌓여야만 하는 전문적인 노동의 보상이 클 수 밖에 없다. 모든 노동은 산업혁명과 정보통신혁명을 거치면서 그 양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이즈음 많이 언급되는 4차 혁명이 지나 가면 더욱 감소할 것이다. 정신적 노동도 육체적 노동만큼 힘들다. 육체적 노동은 물리적 스트레스로 뜨거운 땀을 배출하고 정신적 노동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식은 땀을 배출한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노동을 좋아서 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노동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여행을 떠나게 한다. 자유를 찾아...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100일전에 충동구매한 노르웨이 왕복항공권에서 시작된 나의 여행은 점점 그 모습이 구체화되고 있다. 최종 기착지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자세히 확인하지 않고 구매한 항공권 때문에 노르웨이 순례길(?)의 출발점은 제일 남쪽의 크리스티앙샌드이다. 노르웨이의 수도인 오슬로와 두번째로 큰 베르겐을 피하려다 그렇게 되었다. 암스텔담의 스키폴공항에서 환승을 해야 하기에 노르웨이의 어느 도시로나 가격은 비슷했다. 나의 경험상 큰 도시의 공항은 복잡하고 붐벼서 공항을 빠져 나와 렌트카를 받는데만도 여러 시간이 소요되기 일쑤다. 장거리 비행 직후 공항에서 많은 시간을 지체하고 렌트카 운전대를 잡고 생소한 환경에서 출발하여 복잡한 공항과 도시를 벗어나려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엄청난 노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작은 도시를 출발점으로 선택한 것이다.
 
여행의 시작점이 노르웨이 최남단이다 보니 노르웨이를 남북으로 종단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노르웨이 자동차여행 관련 정보를 찾다보니 National Tourist Routes in Norway 가 눈에 들어온다. 소위 드라이브하기 좋은 길이다. 수십년간 정부가 엄청난 돈을 들여 노르웨이의 자연과 어울리는 많은 건축물들을 도로변에 세웠다. 그 건축물이란 것이 독특한 전망대와 신기한 모습의 화장실 등이다. 현재 18개의 루트가 지정되어 있다하니 그 길들을 다 돌아본다는 것은 13일로 잡은 여행기간 동안에는 무리다. 절대 무리하지 않는 것이 내 여행 스타일이다.

이 글의 커버사진은 National Tourist Routes in Norway 의 홍보동영상에서 캡처한 것이다. 혼자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저려온다. 그와 같은 자세로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담배를 한대 피울란다.


https://youtu.be/huDHhtTLpQc


https://en.m.wikipedia.org/wiki/National_Tourist_Rou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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