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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May 22. 2017

우아하고 근사한 장례식

진부한 장례식은 싫다.


이즈음 노쇠하신 만 90세의 아버지를 보며 장례식이 떠오른다. 나의 장례식이...

장례식은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의식이다. 보통 3일동안 계속되는 장례식은 엄숙하게 치뤄져야 한다고 누구나 생각한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인생의 장례식이라면 눈물바다가 될 것이다. 세월호에서 숨진 고등학생들의 장례식같은 경우, 유가족들의 엄청난 슬픔을 어찌 위로할 수 있겠는가? 난 이렇게 한 맺힌 눈물바다의 장례식에 가본 적 없다. 한참 아이 키우며 일하다 갑자기 교통사고나 병으로 남보다 일찍 돌아가신 분들의 장례식도 나는 문상을 가능한 피하는 편이다. 멀리서 조의금만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한다. 남을 위로할 줄 몰라서...

그러나 소위 호상이란 장례식은 그 분위기가 다르다. 백수를 하지는 못했지만 평균수명 이상 사시고 다 성장한 자식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난 노인들의 장례식장 분위기는 다르다. 화기애애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슬프거나 우울하지는 않다. 결국 어떤 죽음이냐에 따라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고려장은 나이 많은 부모를 산에 버리는 장례문화다. 이런 풍습은 정작 고려 시대에 없었단다. 고려장 증거는 물론, 정황조차 존재하지 않는단다. 고려시대에는 충효 사상을 거스르는 반역죄와 불효죄를 중형으로 다스렸다. 왕족이나 귀족과 달리 민간 장례 풍습은 매우 특이했단다. 천수를 누린 사람이 죽으면 상가에 춤과 노래가 있었단다. 이런 풍습을 보여주는 놀이문화가 아직도 전국 곳곳에 남아 있단다.  

대부분의 영정사진은 너무 딱딱하고 근엄하다. 간혹 자연스러운 영정사진도 있지만 환하게 웃는 사진은 배우 같은 연예인들의 영정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다. 내 영정사진은 아주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하고 싶다. 이즈음 일본에서는 60 넘은 여성들이 미리 영정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란다. 스튜디오에서 화장도 하고 절대 입어본 적 없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여배우 뺨치는 자태와 웃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단다. 그렇게 영정사진을 찍고나면 남은 여생에 대한 활력이 생긴단다. 나는 그렇게 얼굴화장하고 영정사진 찍을 마음 없다. 내가 갖고 있는 추억의 많은 사진 속에서 가장 환하게 웃는 모습을 골라 영정사진으로 사용하고 싶다.

영정사진 주변을 하얗거나 노란 국화꽃으로 장식한다. 나는 국화꽃을 싫어한다. 예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다. 나는 평생 한번도 국화꽃을 좋게 생각한 적 없다. 왜 국화꽃이 장례식이나 추도식에 그렇게 많이 사용되는지 모르겠다. 핑크빛 카네이션, 자주빛에 가까운 빨간 장미, 진홍색의 튤립을 나는 좋아한다. 내 영정은 이런 꽃으로 장식되었으면 좋겠다. Florist 인 막내 처제가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장례식장에 은은한 클래식이 흐르면 좋겠다. 영화나 드라마 OST 도 좋다. 3일 동안 계속 들어도 좋을 그런 음악이 장례식장의 공간을 은은하고 우아하게 채웠으면 좋겠다. 내 일생의 행복했던 사진들이 장례식장 벽면에 가득 걸려 있으면 좋겠다. 문상온 친지나 친척들이 치즈케이크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벽에 걸려있는 사진들을 보며 옛날을 추억하고 나를 기억해주면 좋겠다. 음악이 흐르고 동영상이나 사진들로 장식된 공간을 문상객들이 즐기려면 진부한 대학병원 장례식장말고 다른 공간이면 더 좋겠다. 주차가 용이한 아주 여유있는 공간이라면 좋겠다.

자신의 시체가 장마철에 떠내려 갈까봐 청개구리 엄마는 죽기전 아이들에게 계곡 물가에 자신을 묻어 달라고 했다. 그렇게 말 안듣던 청개구리들도 엄마의 마지막 소원은 들어주었다. 그래서 엄마 산소 떠내려 갈까봐 장마철에 그렇게 운단다.

내 장례식은 자식들이 한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장례식이 우아하고 근사했으면 좋겠다.

내 딸과 아들이 그렇게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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