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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May 17. 2017

정말 힘든 일주일을 보냈다.

장래에 예상되는 상황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힘든 일주일을 보냈다.

대통령선거가 있던 날 오후에 분당에 사시는 아버지가 열이 난다고 새어머니가 내게 전화를 했다. 목이 아프거나 기침을 하는 감기증상이 아닌데 열이 있다면 확실히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배도 좀 아프시단다. 올해 만 90이 되는 아버지를 가까이 사는 동생이 응급실로 모시고 갔다. CT를 찍은 결과 맹장염이란다. 입원하고 수술받으란다. 휴일 저녁에 간병인도 구할 수 없어 결국 내가 입원수속하고 아버지와 함께 단둘이 잤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기억에 전혀 없다. 처음인가?

결국 다음날 아침, 간병인 구하고 오후에 전신마취하고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6일밤을 병원에서 주무신 아버지를 내가 퇴원시켜 드렸다. 학기 중이라 매일 분당의 대학병원을 오가면서 강의도 하다 보니 한주일이 정신없이 훅 갔다. 정말 힘든 일주일이었다.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는 아버지와 앞으로가 더 걱정인 어머니 사이에서 맏아들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힘들다.

아버지는 내 기억에 83세까지 골프를 치셨다. 80세 넘어 치는 골프도 골프냐고 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푸른 잔디위에서 채를 휘둘러 작은 공을 앞으로 보내셨다. 그러던 중 황반변성이 와서 진행을 지연시키는 주사를 눈에 수십번 맞았다. 그러는 동안 외부활동은 멈추고 집안에서도 색안경을 끼고 시력을 잃을까봐 노심초사하며 아무 것도 안하셨다. 점점 걷는 것도 불편하여 병원치레(노인우울증으로 정신건강과, 황반변성으로 안과, 뇨관암으로 비뇨기과 ) 외에는 거의 외출도 없어졌다. 이제는 맹장마저 떼어내고 체력은 더욱 떨어졌으니 24시간 간병인이 붙어 있어야 할 것 같다.

뇨관암진단이 나온 것은 작년 이맘때였다. 뇨관은 방광과 신장을 연결하는 통로이다. 젊은 의사는 수술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워낙 연로하신 분이라 가족이 정 사정하면 하겠다는 식이었다. 다른 의사는 수술할 수는 없다며 요도를 따라 뇨관까지 들어가 레이저로 암덩어리를 지지는 수술이 아닌 시술을 권하였다. 그러나 결국 어느 것도 하지 않고 좀 더 경과를 보기로 하였다. 일년정도 지났지만 암덩어리가 더 커지지 않는듯 하다. 계속 경과를 지켜볼 뿐이다.

장인어른은 팔순되던 해에 왔던 곳으로 돌아가셨다. 거의 매주 골프도 치고, 양이 많이 줄긴 했지만 약주도 끊임없이 하시다 임종 6개월 전에 폐암 3기 진단을 받으셨다. 워낙 기골이 장대하고 건강하시던 분이라 온갖 항암치료를 열심히 받았지만, 마지막 한달은 병원에서 아프고 힘든 임종을 하셨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79세에 돌아가셨단다. 74세에 폐암3기 진단 받으시고, 본인의 의지로 모든 암치료를 거부하셨다. 그리고 무려 5년을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말짱한 정신으로 모든 것 다 정리하고 마지막 한달을 병원에서 보내고 돌아가셨단다.

나이들면 암은 생긴다. 가족력으로 생기기도 하고 아주 오래된 습관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지금의 미세먼지도 엄청난 암을 유발할 것이다. 모든 의사들은 항암치료로 암덩어리의 크기를 줄이고 수술을 통하여 암을 제거할 것을 권한다.

나는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이미 살만큼 살았으니 체력과 기력을 떨어뜨리는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내 주변을 차분히 정리할 것인가?

가까운 장래에 예상되는 상황을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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