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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n 26. 2017

On the way to Roros, Norway

자연산 연어만 먹는단다.

노르웨이 자동차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내게 영향을 준 것은 'National Tourist Routes in Norway' 란 홍보동영상 이었다. 노르웨이의 드라이브 하기 좋은 곳을 모아 놓은 것이다. 모두 훌륭한 경치지만 특히 마음을 끄는 장소들을 구글맵에 가고 싶은 장소로 저장했다. 와이파이가 연결되지 않아도 GPS 로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다. 가까운 저장 장소를 찾아가면 된다. 홍보영상에서 보았던 경치를 눈으로 확인하며 노르웨이를 헤매고 있다.

홍보영상이나 구글맵의 장소 사진들을 보면 항상 해가 쨍쨍한 날이다. 난 노르웨이가 항상 해가 쨍쨍한 줄 알았다. 여름에는... 오늘이 9일째인데 낮시간의 반 이상이 비가 내린 것 같다. 그렇게 장대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맞아도 괜찮을 정도의 비도 아니다. 올해 유난히 비가 많다는 노르웨이 사람도 있었지만 원래 노르웨이는 비가 많단다. 그 많은 호수와 폭포를 만드느라...

노르웨이의 장점 중의 하나가 수도물을 그냥 마실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기를 아주 쉽게 사용한다. 거의 모든 집이 난방, 온수 및 취사를 모두 전기로 한다. 일인당 전기사용량이 EU 평균의 세배가 넘는다. 겨울이 길고 추운데, 모두 전기로 해결하니 그럴수 밖에... 전체 전기생산량의 95%가 수력이다. 공해도 없고 생산단가도 제로인 완벽한 에너지이다. 정말 부러운 나라다. 오직 여름만...

노르웨이 순례길의 반환점이 되어버린 Tronheim 을 떠난다. 부지런히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세밤 더 자고 Kristiansand 에서 비행기를 타야하니...

어디로 갈 것인가? 마음 끌리는 곳으로 가면 된다. Roros 는 Molde 의 민박집주인 Ellisif 가 추천해준 곳이다. 예전에 한달 머물렀는데 좋았다며... 워낙 남의 말을 잘 안믿고 안듣는 까칠한 성격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내려가는 길에 조금만 돌아가면 되니까 들렸다 가기로 마음먹었다. Tronheim 에서 남동쪽으로 계속 차를 달린다. 계속 강을 따라 올라간다. 강 건너편에는 기차길도 보인다. 강은 폭도 넓고 무릎까지 물에 잠겨 낚시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무엇을 잡고 있을까?

화장실이 있는 휴게소에 섰다. 뒷문이 열린 밴이 하나 서있고 건장한 친구가 피크닉 의자에 앉아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밴의 내부가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가까이 다가가니 낚시대가 보인다. 밴은 낚시용이다. 침낭도 있고 온갖 캠핑장비와 낚시 도구로 꽉 차있다. 궁금해서 물었다. 무엇을 잡냐고... 연어를 잡는단다. 친구를 기다리고 있단다. 커피 마시겠냐고 내게 묻는다. "Why not?" 하며 담배도 같이 피면서 수다 떨었다. 정말 심심했나보다. 일년 연어 낚시 면허가 무지 비싸단다. Trout 는 싼데... 그렇지만 양식된 연어와는 비교 안되는 자연산이란다. 양식연어는 약을 많이 친단다. 고향은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릴리함메르란다. 가다가 들를 예정이라고 했다.

노르웨이 강에서 낚시가 흔하다. 하류에서는 연어가 상류에서는 송어가... Fjord 와 연안 바다에서도 낚시를 한다. 낚시꾼이라면 여름의 노르웨이는 천국임에 틀림없다. 열악한 한국 바다에 어렵게 레저보트를 띄워, 힘든 낚시를 열심히 하는 아들이 생각난다. 아들의 꿈은 제주도에서 사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다낚시 환경이 좋기 때문이란다.

"아들아 여기 노르웨이가 천국이다. 여름 한철만..."

Roros 는 1644년에 구리가 발견된 광산촌이다. 333년 동안 구리를 채굴한 회사가 1977년에 파산했다. 그러나 광산촌을 잘 보존하여 2010년에 UNESCO 자연문화유산에 등록했다. 일대를 관광자원화 하였다. 큰 관광버스들이 계속 들락거린다. 파산한 구리광산회사는 박물관이고 사람들이 떠났던 탄광촌은 음식점과 상점으로 탈바꿈 했다. 몇 백년의 역사가 깃든 건물들을 잘 보존하여 제법 북적거리는 관광지가 되었다.

노르웨이가 점점 크게 느껴진다.
자연과 역사를 보존하는 것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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