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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n 29. 2017

Play golf in Norway.

좋은 골프코스는 모든 홀이 기억에 남는다.


노르웨이 체류 13박 동안 세번 골프를 쳤다.

혼자서...

Kristiansand, Norway 에 도착한 날 짐풀고 샤워하니 정신이 든다. 시차적응을 핑계대며 가장 가까운 골프장을 구글에서 찾아 달려갔다. Kristiansand 는 인구 팔만여명의 노르웨이에서 다섯번째로 큰 도시라지만 18홀 골프장은 Bjaavann golf course 하나 밖에 없단다. 9홀짜리 코스는 한두개 더 있는듯... 일단 구글내비에 의존해서 갔다. 시간은 거의 오후 다섯시가 다되어 가지만 하늘은 아주 쨍쨍하다. 일몰이 11:30 이니...

노르웨이 골프장 시스템이 어떤지 모르니 일단 주차하고 아담한 클럽하우스를 찾았다. 거의 마감할 시간인지 사람도 별로 없다. 프로샵에 두명의 남자만 있다. 갑자기 나타난 동양인에 어쩔줄 몰라 하는 표정이다. 머뭇거릴 이유 없다.

"Can I play now?"

가능하단다. 골프채와 pull cart 도 빌려준단다. Green fee 450 크로네만 내면 채와 카트는 무료로 빌려주겠단다. 고맙게도... 사실 한국에서 골프장갑, 골프공 여섯개, 티와 마커 등을 챙겨갔다. 신발은 운동화 신고 치면 된다. 골프채세트를 지하실에서 갖고 오는데 '맙소사'다. 내가 골프를 시작한 30년 전에 보던 드라이버다. 그당시 드라이버 헤드 재질이 감나무였는데, 처음 스틸로 바뀐 제품이다. 박물관에나 있을 모양새다. 그에 비하면 3번 우드나 아이언세트는 감지덕지다. 이것을 돈받고 빌려줄 수는 없다.

내가 라운딩을 끝낼 시간에 사무실도 닫고 자기들은 이미 퇴근했을거란다. 화장실은 열어 놓으니 화장실 앞에 골프채 놓고 가란다. 아무도 집어가지 않을 골프채를...

제법 큰 호수를 끼고 정말 예쁜 코스를 갖고 있다. 유명한 Robert Trent Jones 가 설계했단다. 2006년에 오픈한 골프장이란다. 그런데 이런 골프채는 어디서 갖고온 것일까? 제법 높낮이가 있어서 무료로 빌려준 철제 카트를 끌고 힘들게 오르락내리락 했다. 혼자서... 50미터 이상 높은 티박스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며 티샷하는 파3 17번홀은 일품이다. 130미터 거리에서 가뿐히 유일한 버디를 했다.

저녁 8시가 넘어가면서 아직 네홀이 남았는데 모기들이 귀찮게 군다. 얘네들 밥 먹을 시간인가보다. 모기를 아무리 쫓아도 금새 딴놈이 붙는다. 피를 빨려도 어드레스 자세에서 공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골프가 된다. 결국 엄청 물렸다. 원래 추운 지방 모기가 극성이다. 피를 빨 동물도 별로 없고 여름도 무지 짧으니 결사적으로 달려든다. 모기기피제 배낭에 들고 오면 뭐하나...

두번째는 Molde 에서 였다. Airbnb 호스트 Ellisif 가 골프장의 경치가 아주 좋다고 했다. 2박을 하는 중간에 일찍 갔다. 늦은 시간의 골프장 모기가 두려워서...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좋은 자리에 골프장이 있다. 날씨가 좋아 야외 테이블에서 컴퓨터작업을 하고 있던 젊은 친구가 내게 눈길을 준다. 점심 직전이라..

"May I have a lunch here?"

햄버거를 하나 주문하고 젊은 친구 옆에 앉았다. 점심먹고 칠수 있을까? Molde golf club 은 9홀이다. 티박스 위치에 변화를 줘 18홀 처럼 칠 수 있다. 골프칠 수 있는 시즌이 짧고 주변 인구가 많지 않아 18홀 골프장 유지는 어렵단다. 젊은 친구는 티칭프로이고 골프장 운영을 맡고 있었다. 9홀 그린피 300, 골프채와 카트대여에 100 달란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이 젊은 친구는 자기가 한국에 3년 살았단다. 네살부터 일곱살까지 20년 전에... 엄마가 노르웨이대사관에서 일했고 자기는 영국계 학교에 다녔단다. 서울이 지금도 gray 하냐고 묻길래 그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 했다. 나도 잘 모르지만... 이 친구의 회색에 대한 기억은 주로 건물과 하늘이었던 것 같다.

어제 비가 많이 와서 일부 잔디는 아직 물에 잠겨있다. 내 운동화가 아쿠아겸용이라 양말이 젖는다. 5번홀 티박스에서 보는 전경이 좋다고 특별히 알려준다. 경사를 계속 오르다 다시 내려오는 코스다. 9홀을 끝내고 나니 18홀 치겠다고 안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다시 카트를 끌고 올라갈 마음과 기운이 없다.

노르웨이를 떠나기 전날 다시 크리스티앙샌드로 제법 일찍 도착했다. 호텔첵인이 오후 4시부터 가능하다 하여 한번 더 골프를 치기로 마음 먹었다. 기쁘고 가볍고 반가운 마음으로 열이틀 전에 쳤던 골프장에 갔다. 영어 hole 이 노르웨이어로 hull 이다. Open 은 Apen... 많은 단어들이 이제는 낯설지 않고 눈에 들어온다.

좋은 골프코스는 모든 홀이 기억에 남아야 한다. 그럴려면 모든 홀마다 다른 특색이 있어야 한다. 여기 Bjaavann 이 그렇다. 지난 첫날 라운딩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혼자 라운딩 했다. 시즌인데도 붐비지 않는다.

익숙한 코스와 경치들이 마음의 여유속에 눈과 마음에 새겨진다. 내일은 익숙한 한국으로 간다.

사족: 거리표시 말뚝은 50, 100, 150 미터가 있는데 우리처럼 그린중앙이 아니고 그린 시작까지이다. 티박스 마커가 블루, 화이트, 레드 등이 아니고, 45, 52, 56, 61, 65 등의 숫자가 써 있다. 전체 코스전장이 4500미터에서 6500미터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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